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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 [현장리포트] 뷰티풀커넥트 중간성과공유회

KT&G 상상플래닛 성수에서 뷰티풀커넥트 중간성과공유회가 열렸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MYSC가 함께 만들어온 이 다자간 협력사업은, 마을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되 그 과정에 공공과 민간, 전문가가 함께 연결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나는 외부 파트너 자문가로 참여해, 여주 노루목향기와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과 각 두 차례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여주 노루목향기

여주 주록리, 90가구 남짓의 작은 농촌 마을. 70대 동갑내기 세 분이 '달달한 함께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목요일 직접 빵을 만들어 1인가구 주민들에게 배달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이 사람을 이어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빵 바구니 안에는 안부 확인이 들어 있고, 때로는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합니다.
배달을 담당하는 45세 박용철 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릴 때 뇌전증으로 학교폭력을 겪었고, 군 의가사 제대 후 오랫동안 집에서 생활해온 분입니다. 처음엔 마을 어르신들도 낯설어했지만, 빵을 들고 매주 찾아오는 그 청년이 이제는 마을의 연결고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배달하러 갔다가 말 한마디 나누고, 그 말 한마디가 이웃이 되는 과정. '비공식 돌봄'의 실제입니다.
뷰티풀커넥트를 통해 마을 부녀회가 합류하고, 이장님도 오븐기를 사주셨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빵을 받던 어르신 두 분이 스스로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수혜자가 기여자가 되는 순간. '서로돌봄'이 실천됩니다.
자문을 하며 느낀 어려움 : 세 분의 헌신 위에 서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마을 전체의 것으로 만드느냐, 라는 질문을 나는 자문 내내 머릿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은, 이 질문 자체가 어쩌면 외부자의 시선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분이 지금 하는 일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동네 이웃이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빵이라도 들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그 마음은 진짜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마을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장님이 오븐기를 사줬고, 부녀회가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빵을 받던 어르신이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것을 '정책 연결'이나 '구조화'로 밀어붙이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마을 안에 돌봄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필요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고, 공공도 이런 비공식 돌봄 자원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세 분 스스로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냥 이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지금처럼 계속하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자문가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실천을 '확산 가능한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로 밀어붙이는 것이 맞는가. 어쩌면 지금 이 상태 자체가, 가장 건강한 마을 돌봄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다만 세 분이 더 이상 하기 어려워지는 날이 왔을 때 이 관계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의 활동을 기록하고 마을 안에 조금씩 심어두는 것 정도가 현실적으로 사이임팩트가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산 퍼즐협동조합

안산 일동, 2018년 주민 3천 명 인터뷰로 출발한 퍼즐협동조합은 코로나 시기 독거노인 고독사를 계기로 돌봄을 핵심 의제로 삼았습니다. 올해의 핵심 프로젝트는 '다정곳간'. 국수나무, 짜장면집, 찜질카페, 당구장, 미용실, 카페 등 동네 골목상점 10개소를 어르신들의 생활 속 돌봄 거점으로 만드는 실험입니다.
월요일엔 치매예방 이야기 활동을, 수요일엔 카페에서 차 한잔을, 금요일엔 당구장에서 이웃과 게임을. 매일 다른 공간에서 어르신들의 일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10개소가 각각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정곳간은 단순한 마을 사업을 넘어, 골목상권과 어르신 돌봄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행안부 통합돌봄 네트워크 컨소시엄 제안서도 제출했고, 안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의 연계도 시작됐다. 제도 밖에서 제도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중입니다.
자문을 하며 느낀 어려움: 여기서 나는 진짜 어려운 질문과 마주쳤습니다. 퍼즐은 이미 장기요양센터를 운영하고, 치매 극복 선도단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조합원들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조직운영비가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임팩트는 크고 가능성은 분명한데,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번아웃 직전이라면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통합돌봄법이 시행됐지만 소규모 마을공동체가 수행기관으로 제도 안에 들어가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사회연대경제 행안부 사업에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이 희망이지만, 그것만으로 조합원들의 일상이 지탱되긴 어렵습니다. 공공과는 이미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만 정책화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렇게 좋은 공동체 모델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가치 창출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자문 파트너로서 느낀 것들

뷰티풀커넥트가 만들어낸 이 자리는 의미 있었습니다. 마을이 각자의 활동을 점검하고, 동료들과 배움을 나누고, 외부 시선을 받아보는 구조. 이 공유회 자체가 좋은 사회적 실천입니다. 두 마을 모두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열정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구조적 조건입니.
여주 노루목향기
지금의 실천을 '모델'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여주시 통합돌봄 추진위원회나 읍면동 행정과의 공식 접점을 만드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세 분의 활동이 '마을 내 비공식 돌봄 자원'으로 지역 돌봄 지도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세 분이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워졌을 때 마을이 이 구조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부녀회가 이미 참여하고 있다는 것, 이장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자산입니다. 이 관계를 공식화하는 마을 협약 같은 작은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노노케어'라는 언어보다, '마을 돌봄 생태계' 같은 언어로 외부에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정책 연결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안산 퍼즐협동조합
다정곳간 모델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모델을 '정책 언어'로 번역하는 것, 다른 하나는 조직의 재정 구조를 현실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행안부 통합돌봄 사업 참여가 성사된다면, 그것이 조직운영비의 일부를 해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사회돌봄의 수행기관으로서 안산시와의 직접 협약, 지역화폐·바우처 연계, 안산대학교와의 교육과정 연계를 통한 수익 모델 등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한 내부 역할 재분배와 '활동 지속 가능성 점검'이 외부 사업 확장보다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좋은 모델도, 만드는 사람이 쓰러지면 사라집니다.
뷰티풀커넥트가 추구하는 것처럼, 현장의 실험이 정책으로, 당사자의 목소리가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은 길고 지난합니다. 세 마을 분들은 그 긴 길을 이미 걷고 있습니다.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이 여정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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