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외 리빙랩 사례인가
AI와 기술이 돌봄 현장에 도입될 때 가장 큰 장벽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Frontiers in Aging(2026) 리뷰 논문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실제 장벽은 사용자 중심 설계 미흡, 실제 환경 검증 부족, 디지털 포용성 부재, 윤리·규제 문제, 재원 경로 미정, 돌봄 전달 모델 혁신 부재 — 이 여섯 가지다.
이 장벽들을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극복한 방법이 바로 리빙랩이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대학이 직접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리빙랩을 운영한 대표적 사례다.
영국 사례 1 — 노섬브리아대학교 지역사회 기술 허브
배경
영국연구혁신청(UKRI)은 2022년 공학·물리과학연구위원회(EPSRC)와 국립보건연구원(NIHR)이 알츠하이머협회와 협력해 총 600만 파운드(약 105억 원)를 투자하는 두 개의 치매 기술 연구팀을 선정했다.
노섬브리아대학교 모델 — 지역사회 기술 허브
노섬브리아대학교가 이끄는 팀은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에 **지역사회 기술 허브(Community Technology Hubs)**를 구축했다. 이 허브의 작동 방식이 독특하다.
•
지역 주민들이 허브를 방문해 다양한 돌봄 기술 기기를 무료로 빌려서 집에서 직접 시험해볼 수 있다
•
사용해본 경험과 피드백을 수집해 기기 개발자에게 전달한다
•
대학 연구팀이 실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기기가 어떤 조건에서 효과적인지 검증한다
기술을 먼저 만들고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먼저 경험하고 피드백을 주면 기술이 그에 맞게 발전하는 구조다.
셰필드대학교 모델 — 적응형 기술 개발
셰필드대학교가 이끄는 팀은 치매를 가진 사람들의 변화하는 필요에 맞춰 진화하는 적응형 기술을 개발한다. 말하기와 기억을 돕는 기술부터 온라인·대면 사회화를 위한 직관적 도구까지, 치매가 진행되어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 모의 아파트 리빙랩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서레이대학교는 실제 가정 환경과 동일하게 꾸민 모의 아파트 리빙랩을 구축했다. 카메라와 소프트웨어가 치매 환자의 움직임을 평가하고, 실제 가정에 도입하기 전에 기기와 시스템을 안전하게 검증하는 공간이다.
영국 사례 2 —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치매 공동혁신센터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는 유럽 연구 프로젝트 Innovate Dementia에 참여하며 치매 공동혁신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의 철학은 명확하다.
"혁신적 접근은 실제 필요를 충족할 때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치매를 가진 사람들과의 파트너십 없이는 어떤 솔루션도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센터는 치매를 가진 사람들과 관심 있는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개방적 환경 — 리빙랩 — 을 통해 실제 삶의 도전에 대한 솔루션을 혁신하고 검증한다.
네덜란드 사례 — 틸뷔르흐대학교 사용자 주도형 리빙랩
연구 배경
틸뷔르흐대학교, 에인트호번 정신건강연구소, 에라스뮈스대학교 연구팀은 Noord-Brabant 지역에서 치매를 가진 사람들과 비공식 돌봄자를 위한 사용자 주도형 리빙랩을 운영했다.
운영 방식
이 리빙랩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종단적 추적 — 참여자들을 기준선, 1년 후, 2년 후 세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치매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단발적 평가가 아닌 시간에 따른 필요 변화를 추적한다.
둘째, 공동 창조(Co-creation) — 기술을 가져다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돌봄자가 기술의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셋째, 실제 가정 환경 — 치매를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집이나 자주 오는 주간보호센터에서 기술을 검증한다.
5개 리빙랩 분석의 주요 발견
네덜란드에서 치매 맥락의 다섯 개 리빙랩을 분석한 연구(PMC9914846)는 중요한 발견을 제시했다.
•
대부분의 리빙랩은 돌봄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중심을 잡고 치매 당사자 커뮤니티와 긴밀히 연결된 분산 방식으로 운영됐다
•
기술 기업은 자사 제품을 리빙랩에서 평가받는 대신 당사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피드백을 받았다
•
이해관계자 참여가 처음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었다
•
그러나 정책 입안자와 윤리위원회와의 파트너십이 있는 리빙랩은 12개 중 단 2개뿐이었다 — 정책과의 연결이 여전히 약점이라는 의미다
RISE에 주는 시사점
영국·네덜란드 사례가 국내 RISE에 주는 시사점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모델과 국내 RISE
기기를 빌려주고 피드백을 받는 지역사회 기술 허브 — 이것을 신안 도서지역 경로당 중심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기기를 소개하고, 사용 경험을 수집하고, 피드백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리빙랩이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교 모델과 국내 RISE
돌봄기관(목포 지역 치매안심센터, 주간보호센터) + RISE(연구·교육 파트너) + AI 기업(코그메이트 등)의 삼각 컨소시엄 구조는 보건복지부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 공모 요건과 일치한다.
란셋 2024와의 연결
란셋은 저소득·농촌 지역 노인에서 예방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명시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대학이 지역 현장에 직접 뛰어든 것처럼, 지역의 RISE가 있는 곳이 AI 통합돌봄의 절실한 현장이 될 수 있다.
한 줄 요약
"영국 대학은 기기를 빌려주고, 네덜란드 대학은 집으로 찾아갔다. 두 모델 모두 공통점이 있다 —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였다. RISE 대학이 지역에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