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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컬럼 8호] 당신의 이야기가 책이 된다면

당신의 이야기가 책이 된다면
일본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르신들이 어린이집과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6년간 지속한 그룹을 MRI로 촬영했더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률이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새로운 책을 고르고 연습하며 낭독하는 과정이 인지 자극이 됐고, "또 와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인사가 정서적 보상으로 작용했다. 연구를 이끈 후지와라 박사는 말한다. "예방은 검사 점수를 몇 점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사회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가, 고립을 예방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예방입니다."
그렇다면 읽어줄 그 책이, 어르신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어떨까.
작년 '냉장고 안 리모컨'이라는 프로젝트를 했다. 초기 치매와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당사자 다섯 분이 젊은 창작자와 짝꿍을 이뤄 5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림책, 조형물, 드로잉, 영상 등 창작물을 완성했다. 이정자 어르신은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린 소설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창희 조각가의 짝꿍은 "7일 중에 8일이 바쁜 인싸"였다. 창작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치매 '환자'라고 느낄 수 없었다고.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이 배웠다고.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오래 품어온 생각이 더 확신으로 굳어졌다. 사람책(Human Library)처럼, 1인 1 책이 되어 모두의 서사가 서로에게 닿는 사회.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그 책을 직접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르신이 이야기의 주인으로 서는 자리다.
그 공간으로 도서관이 떠오른다. 올해 양천중앙도서관 리빙랩 간담회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이 얼마나 가능성 있는 거점인지 새삼 실감했다. 치매안심센터나 복지관은 문턱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은 원래 누구나 드나드는 곳이다. 넥스트 라이브러리 서울에서 기후 메디아 코스모스의 요시나리 관장이 도서관을 "지붕 있는 공원"이라 불렀을 때,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어르신이 자신의 기억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읽어준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르신은 읽어줄 이유가 생긴다. 해마는 그 연결 속에서 조금 더 천천히 변한다. 모두의 서사가 서로에게 닿는 사회는, 어쩌면 그렇게 동네 도서관 한 켠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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