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들여다봤으면 봤을 텐데
상주 외남면 활동가가 그 말을 꺼냈을 때, 강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아침저녁으로 얼굴 보는 사이였는데, 한번 들여다봤으면 봤을 텐데."
바로 뒷집 이웃이 고독사했다. 사망한 지 4~5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군 복무 22년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그는 이방인 같은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그 사건이 마음에 걸려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을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소박했다. 월 2회 전 주민이 함께 밥을 먹는 자리를 만들었다. 거동이 불편해 못 오시는 분들에게는 차에 반찬을 싣고 직접 찾아갔다. 배달이 단순한 배달이 아니었다. 문 앞에서 잠깐 나누는 대화가 안부 확인이 됐다. 오지 않는 분이 생기면 누군가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마을에 또 다른 변화도 생겼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엉망이었다. 시에 건의했다. 예산 2천만 원을 확보하고, 분리수거장을 새로 만들고, 주민 교육을 진행했다. 작은 성공이 쌓이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마을운영위원회가 정비됐다. 회의록이 작성되고 통장 관리가 체계화됐다. 마을에 자치의 언어가 생긴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마을 초등학생들이 마을회관 어르신들을 찾아와 카드놀이를 하고 젠가를 한다고 했다. "아이가 할아버지 찾아와서 놀자고 해요.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르신 곁으로 왔다. 세대가 연결되는 데 거창한 기획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것이 리빙랩이 마을에서 하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외부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다. 이미 마을 안에 있던 것들 — 이웃 간의 안부, 함께 밥 먹는 자리, 아이와 어르신이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 — 을 다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흩어져 있던 주민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장부가 정비되고, 위원회가 생기고, 마을이 스스로 굴러가는 힘이 생긴다.
고독사를 막는 것은 첨단 감지 센서가 아닐 수 있다. 뒷집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사람, 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마을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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