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학생이 울었다
발표 자료를 미리 받아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기자한테 연락해야 하나. 이걸 나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였다.
한양대학교 <글로벌 사회혁신의 여정>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네 팀의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만든 솔루션을 발표했다. 초로기 치매 당사자가 일하는 '느린카페', 초기 치매 어르신의 경험을 블루스로 풀어낸 자조모임,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쉼을 설계한 프로그램, 영케어러를 위한 메타버스 지지 공간. 각각의 아이디어 뒤에는 실제로 현장을 찾아가 당사자를 만나고 인터뷰하고 함께 고민한 흔적이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사회혁신을 현장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교육은 교육이고, 변화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그런데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회혁신에서 교육이 하는 역할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학생들의 가슴에 불꽃 하나를 피우는 일이, 먼 미래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몇 해 전 비슷한 수업의 마지막 날, 한 학생이 울었다. 본인은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는데, 리빙랩을 통해 처음으로 닮고 싶은 어른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방법론이 아니었다.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는 감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수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장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피부로 공감하고 당사자와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면, 현장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문턱이 높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바빠 죽겠는데 학부생까지"라는 반응이 아직 많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현장은 언제나 바쁘고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부탁하고 싶다. 학생들이 현장에 올 때 귀찮은 방문자가 아니라 미래의 동료로 봐주기를. 그들의 질문이 서툴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주기를. 그 경험이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배움이 된다.
다음 학기부터 한양대에서 겸임교수로 <공감기반 리빙랩 > 수업을 맡는다. 학생들이 돌봄 현장의 문제를 공감하고 당사자와 함께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수업이다. 현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그 노크에 응답해주는 손이 많아질수록, 지금 교실에서 싹트는 불꽃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