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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컬럼 2호] 마을마다 하나씩, 인지마루 (인지증 카페)

마을마다 하나씩, 인지마루 (인지증 카페)
일본에는 인지증카페가 8,500개 넘게 있다. 카페라고 해서 거창한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 한 켠, 동네 커뮤니티센터, 실제 카페 한 귀퉁이 - 치매가 있는 당사자와 가족, 이웃과 자원봉사자,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후쿠오카시는 아예 시 차원에서 인지증카페를 등록받고 설립과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덕분에 카페는 계속 늘어나고, 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한국에서는 2023년부터 이 실험을 시작했다. 이름은 디카페(D-Café). 치매리빙랩 D-Lab의 핵심 사업으로, 노원·송파·마포·성북·대전 5곳에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병원도 시설도 아닌 일상적인 공간에서,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이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2024년에는 7개 지역, 2025년에는 11개 지역으로 번졌다. 올해 4년차인 2026년에는 14개 지역에서 실험이 이어가고 있다.
치매 당사자는 진단 이후 급격히 고립된다. 가족은 돌봄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다 지쳐간다. 그 고립을 막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가까운 곳에 갈 수 있는 장소'였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다. "집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런데 치매안심센터 1곳이 담당하는 치매 환자는 평균 4,214명이다. 전국 중학교 1곳당 학생 수 406명의 열 배가 넘는다. 공공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닿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마을 단위의 비공식적 거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일본처럼 중앙정부가 제도를 만들어 전국에 확산시키면 가장 빠를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지역마다 상황에 맞게 실험하고, 조례를 만들고,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위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현장에서 먼저 증명하고 올라가는 경로다.
4년의 실험이 쌓였다. 숫자도 생겼고, 현장의 목소리도 있고, 작동하는 모델도 있다. 이제는 그것을 정책의 언어로 번역해야 할 시간이다. 올해부터 디카페는 새 이름을 얻는다. '인지마루'. 마루는 우리말로 집 안에서 가장 편하게 쉬는 곳이다. 인지마루는 그 마루를 동네로 꺼낸 것이다. 치매카페라는 외래어 대신, 누구나 편하게 부를 수 있고 정책의 이름으로도 손색없는 우리말로 바꾼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실험이 제도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읍면동 단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수 있고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인지마루 하나씩. 그것이 치매 친화 사회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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