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 팟캐스트 녹음 사전 미팅이 있었다. '사회시스템디자인연구소'라는 프로그램인데, 호스트인 자미상이 던진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돌봄 시스템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구체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그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했다. 어떤 한 장면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에 걸려온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봄 현장에는 수많은 서비스가 있다. 그런데 그 서비스들이 대부분 표면에 드러난 문제를 미봉책처럼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가족이 지친다고 하면 휴가를 주거나 여행을 보내준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왜 지치는지, 왜 한 사람에게 그 무게가 몰리는지, 그 구조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저평가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직접적인 경제활동만을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한다. 거기에 젠더 관점이 더해지면 더 선명해진다. 돌봄은 오랫동안 여성의 일, 가족 안의 일, 그래서 보이지 않아도 되는 일로 여겨져왔다. 저비용 노동으로 자리잡은 이 구조 안에서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늘려도 결국 누군가가 혼자 지친다.
그래서 자미상에게 이렇게 답했다. 지친 가족에게 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돌보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돌봄을 가족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짊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그 전환의 출발점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모두의 돌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돌보고 누군가는 돌봄을 받는 이분법을 넘어, 모두가 돌봄의 객체이자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와 제도 차원에서 전 국민의 돌봄 인식을 다시 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돌봄은 약자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역량이라는 감각이 자리잡아야 한다.
둘째는 당사자가 주체로 서는 것이다.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설계하고 전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당사자가 함께 만드는 정책. 받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를 옮길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제도가 가능하다. 내가 오랫동안 '경험전문가'라는 말을 고집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휴가는 잠시 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가 그대로라면, 그 휴가는 결국 임시방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가가 아니라, 돌아가도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자리다. 그 자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하고, 당사자가 함께 서고, 사회 전체가 조금씩 움직일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그 변화에 함께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