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톨릭대학교 RISE사업단 정책세미나 | 통합돌봄과 테크놀로지 (2026. 6. 22)
발표 개요
2026년 6월 22일, 목포가톨릭대학교 RISE사업단이 주최한 정책세미나 '통합돌봄과 테크놀로지'에서 "AI 시대 통합돌봄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이재경 교수(목포가톨릭대)가 통합돌봄 제도 전반과 시범사업 우수 사례를 소개해주셨고, 이어진 순서에서 사이임팩트의 현장 경험과 이론적 프레임을 연결하는 내용을 전달했다.
청중은 간호학과·사회복지학과 교직원 및 4학년생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발표 시간은 약 50분이었다.
부제는 "당사자와 함께 만드는 돌봄, AI는 무엇을 연결할 수 있는가"로, 발표 전반을 관통하는 질문이었다.
1부. 들어가며 — 한 가족의 6개월
발표는 이론보다 먼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발표자 본인의 시아버님 이야기다.
4월 8일 폐암 4기 진단을 받으셨다. 돌봄 관련 활동을 현장에서 해온 발표자로서, 최근 도입된 돌봄 제도들을 통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4월 9일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80대 중반의 연세에 부작용이 심각해 일주일도 안 되어 체중이 10kg 빠졌고, 가족이 함께 항암치료를 포기하기로 했다.
귀가 후 보건소의 재가 암 환자 지원 제도를 먼저 찾았다. 며칠 뒤 방문한 보건소 담당자는 기저귀, 영양 음료, 혈압 체크 등을 제공했고, 주민센터의 통합돌봄 부서로 연계해줬다. 그런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버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4월 말이 되어서야 연락이 와서는 "서비스 시작까지 한 달 반 정도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동시에 신청한 노인 장기요양보험 심사도 한 달이 걸렸다.
4월 8일 진단 당시 담당의로부터 길면 6개월, 빠르면 1개월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5월 11일 밤, 낙상이 발생했다. 화장실을 가시려다 마루에서 넘어지셨는데, 측두엽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한 결과 4등급이 나왔다. 하루 3시간 이용 가능한 등급이었는데, 당시 거동 상태와는 맞지 않았다. 6개월 뒤 재심사를 신청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Fast Track 신청도 반복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6월 6일, 진단 후 약 2개월 만에 별세하셨다.
방문 의료 선생님이 단 두 번 방문하셨는데, 그것만으로도 가족에게는 큰 의미였다. 병원에서는 항암치료를 포기한 이상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방문 의료를 통해 복용 중인 여러 약들을 계속 드셔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이 경험에서 출발한 질문이 발표 전체를 이끌었다. 가족이 정보를 몰랐던 것이 아니었다. 발표자는 이 분야 전문가다. 그런데도 제도가 작동할 시간이 환자에게 남은 시간보다 길었다. 통합돌봄, 가정호스피스, 장기요양보험 — 제도는 분명히 존재했다. 이미 있었던 것들, 즉 통합돌봄 서비스·장기요양 등급제·방문진료·호스피스·AI 스피커와 돌봄 로봇은 각각 존재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신청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찾는 일 자체가 전적으로 가족의 몫이었다.
이 공백을 AI와 통합돌봄이 채울 수 있을까. 발표 전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2부. 왜 지금, 통합돌봄인가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단 7년이 걸렸다. 프랑스가 39년, 미국이 15년, 일본이 10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다. 다른 나라들이 수십 년에 걸쳐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해온 과정을, 우리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 229개 시·군·구 모든 지자체에서 통합돌봄을 시행했다. 로드맵은 2026~27년 도입기(제도 틀 마련, 서비스 연계), 2028~29년 안정기(대상자 확대, 지역 격차 완화), 2030년 이후 고도화기(노쇠 예방부터 임종까지 seamless 지원)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겠다는 이 방향은 이미 시행 중이다. '먼 미래의 정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작동 중인 체계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연결된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3부. 이론적 토대 — WHO, Reserve Capacity, 란셋 2024
WHO 건강한 노화와 기능적 능력
WHO는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를 "노년기의 웰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을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핵심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기능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기능적 능력은 내재적 역량 × 환경 ×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이는 내재적 역량이 동일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기능적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내재적 역량의 5개 영역은 인지, 이동성, 활력, 감각, 심리이며, 생애에 걸쳐 일정한 궤적을 보이다가 어느 시점부터 저하가 시작된다. AI와 통합돌봄이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전환점, 즉 역량 저하가 막 시작되는 구간이다.
Reserve Capacity — 예비 역량
예비 역량(Reserve Capacity)이란 평소에는 잠재되어 있다가 스트레스나 도전적 상황에서 동원되는 '아직 쓰지 않은 능력의 여백'이다. 신체적(심폐기능·근육량·골밀도), 인지적(교육·인지활동·사회참여로 쌓이는 뇌의 탄력성), 심리사회적(스트레스 대처 자원·관계망·목적의식)의 세 종류로 나뉜다.
Reserve Capacity가 클수록 경도인지장애(MCI)에서 치매로 이행하는 속도가 늦어진다. 경희대 김영선 교수 연구팀의 2023년 JMIR 연구에 따르면 노쇠 단계 중 '전노쇠군' 시기가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에 Reserve Capacity가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동시에, 조기 개입의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난다. 너무 건강할 때는 동기가 부족하고, 이미 노쇠한 이후에는 기술 수용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란셋 2024 — 치매의 45%는 예방 가능하다
2024년 란셋 치매 예방 위원회 보고서는 전 세계 치매 사례의 45%가 14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고 밝혔다. 생애 단계별로 초기(낮은 교육 수준 7%), 중기(청력 손실·고LDL 각 7%, 고혈압·대기오염·비만·음주·뇌손상), 후기(흡연·우울증·신체 비활동·사회적 고립·당뇨·시력 손실)로 나뉜다.
핵심 메커니즘은 혈관 손상을 줄이고 인지 예비력과 뇌 예비력을 늘리는 것이며, 보고서는 "예방은 조기에 시작하고 평생 지속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도 너무 늦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 14가지 위험 요인 중 상당수는 의료 영역이 아니다. 교육 수준, 사회적 고립, 신체활동, 청력 손실 — 이것들은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일상에서 다뤄지는 문제들이다. 이 지점이 지역 기반 대학의 역할과 맞닿는다.
4부. AI는 어디에 개입할 수 있는가
MCI와 국가 비용
현재 경도인지장애(MCI) 인구는 약 298만 명이며, 매년 10~15%가 치매로 이행한다. 국가 치매관리 비용은 현재 22.9조원(GDP 1%)에서 2070년 215.2조원으로 약 10배 증가가 전망된다. MCI 단계에서의 예방적 개입이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직결되는 이유다.
AI 기술의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AI 모델이 2년 후 치매 이행을 최대 100%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ABC-H 프로젝트(AI Foundation Model-Driven Personalized Service Enhancing Brain Cognitive Reserve)는 한국형 ARPA-H 사업의 일환으로 5년간 175억원 규모로 진행 중이며, 2025년 이모코그·조선대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AI 개입 단계를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훈련·모니터링을 통해 Reserve Capacity를 강화·유지하는 것이다. 2단계는 MCI 단계에서 코그메이트 같은 디지털 인지검사 도구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이후 인지 강화 훈련 및 조기 검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3단계는 노쇠 단계에서 남은 Reserve Capacity를 최대한 유지해 장기요양 진입을 늦추는 역할이다. 사이임팩트가 부천·대전 치매돌봄리빙랩에서 코그메이트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 바로 2단계에 해당한다.
2026년 보건복지부 AI 기반 돌봄 사업
정부는 AI 스마트홈 돌봄(90억), 스마트 사회복지시설(60억), 에이지테크 고령친화 사업(38억),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10억) 등 총 198억원 규모의 AI 기반 돌봄 사업을 2026년 초 순차적으로 공고했다.
에이지테크는 AIP Tech(시니어 자립생활기술, 128억), Care Tech(돌봄기술, 60억), AgeTech Literacy(에이지테크 리터러시)의 세 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AgeTech Literacy — 시니어가 기술을 실제로 받아들이고 쓸 수 있게 연결하는 영역 — 에는 정부 투자가 전혀 배분되어 있지 않다. 기술 개발과 시설·인력 디지털화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으면서, 정작 그 기술이 당사자와 연결되는 마지막 단계를 비워둔 셈이다. 이 빈자리가 지역 기반 대학이 채울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 발표의 핵심 주장 중 하나였다.
5부. 왜 기술이 있어도 현장은 안 바뀌는가
기술과 예산이 존재함에도 현장 적용이 어려운 이유로 2026년 Frontiers in Aging 연구는 6대 장벽을 제시한다. ① 사용자 중심 설계 미흡 ② 실제 환경에서의 검증 부족 ③ 디지털 포용성 부재 ④ 윤리·규제 문제 ⑤ 수가·재원 경로 불분명 ⑥ 돌봄 전달 모델의 혁신 부재가 그것이다.
만능 기능이 달린 전동 침대를 개발했는데 환자 방 문에 들어가지 못했다거나,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지팡이를 만들었는데 "무거워서 못 쓴다"는 말이 돌아왔다는 사례들은 사용자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채 기술만 개발하는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성지은 선임연구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제주돌봄포럼(2026.4)에서 "기술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과 기술·기기에 대한 신뢰 부족, 관련 제도 구축 미비로 실질적 효과 산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환의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기술이 먼저 만들어지고 현장에 적용되는 구조에서 당사자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필요에 맞춰 기술이 따라가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이 일어나는 장이 리빙랩이다.
무엇이 빠져있었는지 다시 들여다보면, AI가 채울 수 있는 자리가 보인다. 개인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자동으로 매칭·안내하는 정보 허브, 복잡한 행정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하거나 대행하는 신청 경로 지원, 급성·중증 변화 감지 시 우선 처리로 연결하는 Fast Track 신호, 병원·요양·재가 서비스 간 정보를 끊김 없이 공유하는 체계 — 이 네 가지는 첨단 AI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다.
6부. 해외는 어떻게 했나 — 당사자 참여와 대학의 역할
일본: 인지증기본법과 당사자 워킹그룹
일본은 2024년 인지증기본법을 시행하며 "환자를 위해(For)"에서 "환자와 함께(With)"로의 전환을 법으로 명시했다. JDWG(일본치매당사자워킹그룹)는 치매 당사자 대표가 치매대책추진 공동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도록 법제화를 요구했고, 이제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할 때 당사자와 가족의 참여가 의무화되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치매 당사자가 공공장소에서 발언하는 일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빠른 변화다.
한국의 케어콜(네이버클라우드)은 229개 시·군·구 중 128곳에 도입된 AI 안부 전화 서비스로, 2025년부터 일본 이즈모시에 수출되어 현지 복지 인력의 반복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2026년 5월에는 일본 '지자체·공공 Week'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도입 상담을 진행하며 공공 AI 인프라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국: 에필랩 — 법 없이, 현장에서 먼저
사이임팩트가 직접 운영한 에필랩(뇌전증 리빙랩)은 일본과는 반대로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를 바꾼 사례다.
제주도에는 소아신경과가 없어서 중증 뇌전증이 있는 아이는 뇌파 검사를 위해 반드시 육지로 나가야 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응급실에서 "소아신경과가 없어서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에필랩이 시작됐다. 어머니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고, 제주 뇌전증 의료환경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도의회에 제출하고 토론회를 열었으며, 다큐멘터리 '한 걸음 더'를 제작해 전국 순회 상영했다. 클라우드 펀딩 티저 영상을 제주도 교육감이 보고 마음이 움직여, 결국 교육청 난치병 학생 지원 제도에 뇌전증이 포함됐다. 그 아이는 이제 연간 300만원의 지원을 받아 육지 검사와 치료를 다닐 수 있게 됐다.
3년의 여정이었다. 전문가와 제도가 길을 내주기 전에, 당사자가 먼저 길을 만든 사례다.
해외 대학 리빙랩 모델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는 주민이 기기를 빌려 집에서 직접 시험해보고 피드백을 수집해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지역사회 기술 허브를 운영한다. 임페리얼 칼리지·서레이대학교는 모의 아파트 리빙랩에서 사전 검증 후 실제 가정에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적 검증 구조를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교는 사용자 주도형 리빙랩으로, 기준선·1년 후·2년 후를 종단 추적하며 당사자와 돌봄자가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창조(Co-creation) 방식을 운영한다. 이 구조—돌봄기관 + 대학 + 기업의 삼각 컨소시엄—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스마트사회서비스 공모 요건과도 일치한다.
영국 프롬: 핵심은 AI가 아니라 사람의 연결이었다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 프롬에서 2013년부터 시작된 Compassionate Communities(아벨 모델)는 3년간 응급실 입원을 14% 줄이는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인근 지역은 28.5% 증가했으며, NHS 데이터 기준 비교다.
작동 원리는 세 가지였다. 첫째, 커뮤니티 연결자(Connector)—GP(주치의)가 약이 아닌 지역사회 활동과 모임을 처방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담당자를 진료실에 배치했다. 둘째, 커뮤니티 자산 지도(Asset Map)—지역 내 동호회·취미모임·자원봉사 단체를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환자의 필요와 매칭했다. 셋째, 주민 자원봉사 네트워크(Health Connector)—훈련받은 자원봉사자가 고립된 이웃을 정기 방문해 외로움과 만성질환 악화를 함께 관리했다.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설계한 것이 변화를 만들었다.
7부. 우리도 이미 하고 있었다 — 현장 사례
부천 치매돌봄리빙랩 — 피어서포트 모델
부천의료복지사협, 부천대학교, 한국에자이, 사이임팩트가 함께 만든 모델이다. 2025년, 간호학과 학생 50명과 지역 어르신 50명이 모인 100인 워크숍을 시작으로, "치매친화도시 부천이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함께 논의했다.
현재는 MCI 당사자를 피어서포터로 양성해 새로 진단받은 당사자와 정기 연결하는 피어서포트 프로그램을 부천대·부천시 보건소와 함께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동료 상담과 유사한 형태로, 일자리와 연결하는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워크숍에서 한 어르신이 남긴 말이 이 사례의 핵심을 담고 있다.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도도리 반올림 — 현장이 기술을 가르친다
플레이31과 한국에자이 D-Lab이 치매리빙랩을 통해 공동 개발한 도구다. 버려지는 페트병 병뚜껑을 재활용한 놀이블록으로, 인지활동에 활용된다. 노원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사용하다가 피부에 자국이 남는다는 피드백이 나왔고, 즉시 설계를 변경해 누르는 힘을 60% 절감한 저지압 설계로 개선했다. 현재 판매 중이다.
기술이 현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현장이 기술을 가르친다는 리빙랩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증장애인 스마트홈 (민들레의료사협, 2023)
현장을 방문해보니, 여러 기관과 제도에서 각각 스마트홈 기기를 지원해줬는데 당사자가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기 세팅 이후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이를 해결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함께 방문해 AI 스피커, 스위치봇, 스마트플러그, 조명, 선풍기, 줌을 연결했다. 와상으로 지내시던 어르신이 모니터로 세상을 보고, 성과 공유회에서 줌으로 참여해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첨단기술이 아닌, 이미 있는 기술을 적정하게 조합"한 것이었다. 정부가 90억원을 들여 만들려는 AI 스마트홈의 축소판을, 현장은 이미 이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8부. RISE 대학이 할 수 있는 것
에이지테크 리터러시 교육자
정부가 200억 가까이 투자하는 기술들이 실제로 당사자에게 닿으려면 누군가 그 연결을 해야 한다. AgeTech Literacy 영역에 정부 투자가 없는 빈자리를 지역 기반 대학이 채울 수 있다. 건강한 시기부터 노쇠해가는 시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포착하고 활용할 역량을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지역사회 기술 허브
노섬브리아대학교 모델처럼, 기기를 빌려주고 사용 경험을 수집하고 피드백을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서 할 수 있다. AI 정서지원 솔루션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중에는 아직 당사자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 당사자와 학생들이 매개가 되어 기술 개발자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이 가능하다.
기술-당사자 번역자
코그메이트 같은 인지건강 도구를 어르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반대로 어르신의 필요를 기술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이다. 부천 피어서포트, 도도리 반올림 사례의 확장판으로, 대학이 현장과 기술 사이의 번역자가 될 수 있다.
왜 지금, 도서·농촌 지역인가
란셋 2024는 "저소득·취약 집단에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의 부담이 더 높고, 예방의 잠재력도 더 크다"고 말한다. 도서·농촌 지역은 사회적 고립(독거노인 비율), 낮은 교육 수준(Reserve Capacity 개입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조건), 낮은 보청기 보급률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모두 겹치는 곳이다. 역설적으로, 예방의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이다.
학생이 어르신께 AI 스피커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은 어르신에게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학생에게도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인지 활동 — 즉 Reserve Capacity를 쌓는 일이고, 동시에 앞으로 도입될 에이지테크 정책의 효과를 미리 키워주는 일이다. 양방향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다.
9부. 마무리
발표는 시작과 같은 자리로 돌아와 마무리됐다.
란셋은 치매의 45%가 예방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예방의 상당 부분은 의료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연결과 참여다. 영국 프롬에서 변화를 만든 것은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의 설계였다. 부천의 피어서포트, 도도리 반올림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시아버님의 경우, 제도는 있었고 기술도 있었다. 그런데 연결이 없어서 시간을 잃었다.
RISE 대학이 바로 그 연결자가 될 수 있다.
Q&A — 간호학생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발표 후 사회자가 "AI 시대, 통합돌봄 시대에 간호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한국에자이의 기업 철학 hhc(human health care)의 이니셜이 나이팅게일의 친필에서 왔다는 이야기로 답을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서 3개월 만에 사망률을 43%에서 2%로 낮췄다. 위생 체계 정비와 운영 시스템 구축이 주된 기여였지만, 동시에 독서 치유, 동물 매개 치료, 환자 안정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둘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독서를 시작한 것이다. 주어진 역할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을 만들어낸 사례였다.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협업 역량 — 다른 조직, 다른 전공,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는 능력. 다른 하나는 친절함(Kindness)과 관대함(Generosity) —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진심으로 다른 사람이 잘 되길 바라고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젠슨 황이 한국에서 이 두 가지를 강조한 것처럼, 통합돌봄 시대에 여러 기관과 당사자가 함께 협력하는 현장에서 이 자질이 더욱 중요하다.
참고 자료 및 출처
내용 | 출처 |
WHO 건강한 노화·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 | WHO Healthy Ageing Framework |
Reserve Capacity·노쇠 단계별 기술 수용 | 김영선 교수 외, JMIR (2023) |
란셋 치매 예방 14대 위험 요인 | Lancet Commission on Dementia (2024) |
ABC-H 프로젝트 (5년·175억) | 보건복지부·K-헬스미래추진단 (2025), 이모코그·조선대 컨소시엄 선정 |
케어콜 국내 128개 시군구 도입·일본 이즈모시 수출 | 네이버클라우드 보도자료 (2025~2026) |
디지털 헬스 6대 장벽 | Frontiers in Aging (2026) |
기술공급 중심 진단 | 성지은 선임연구위원, STEPI, 제주돌봄포럼 (2026.4) |
노섬브리아대·임페리얼/서레이대·틸뷔르흐대 리빙랩 | UKRI, PMC9914846 |
영국 프롬 아벨 모델 | Abel & Clarke, Compassionate Communities; Health Connections Mendip |
AgeTech Literacy 효과 | 김영선 교수 외 (2020) |
사이임팩트 AI 시대 통합돌봄 지식 지도 | saiimpact.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