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설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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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6년 6월 23일(화) 13: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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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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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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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 주은선 교수 (경기대학교)
행사 개요
AI 시대를 맞아 사회정책과 보건의료 분야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하는지를 학술적·정책적으로 탐색한 자리. 연세대 최영준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연구위원이 각각 사회정책 전반과 의료 분야를 짚었으며, 5인의 토론자가 노동·복지·돌봄·생태 등 다각도에서 보완적 시각을 제시했다.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먼저 설계하고 기술을 맞이해야 한다'는 공통 문제의식이 관통했다.
1부에서는 제8회 보건사회연구 우수논문 시상식이 진행됐다. 2부는 두 편의 주제 발표와 5인의 지정토론, 참석자 전체가 참여하는 자유토론으로 구성됐다. 참석자들은 AI를 외부에서 도래하는 위협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가 기술 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능동적 관점을 공유했다. 이날 논의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키워드는 '재분배', '토대', '공공성', '사람 중심 설계'였다.
주제 발표 1 | 인공지능(AI) 사회의 시나리오와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제
발표자: 최영준 교수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기술 변화를 사회정책의 출발점이 아닌 도착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AI가 일자리·불평등·사회적 소외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탈희소성·여유사회'라는 이상향을 향한 '신발전주의' 사회정책 모델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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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 2 | 인공지능(AI) 시대, 의료가 인공지능에게 던지는 질문과 과제
발표자: 여나금 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AI 도입의 성과를 놀라움의 단계에서 목적 설계의 단계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전통적 의료체계가 풀지 못한 4가지 공백—인력·공간·시간·연결—을 AI로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수가, 전달체계, 접근성 세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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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토론
좌장: 주은선 교수 (경기대학교)토론자: 권용진(서울대병원) · 김기태(보사연) · 노세리(노동연구원) · 장숙랑(중앙대) · 조남경(성공회대)
다섯 명의 토론자 모두 발표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에서 빠진 부분을 날카롭게 짚었다. 공통 흐름은 "제도 위에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론 1 | 사회보험은 지속 가능한가—토대층을 묻다
권용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과 법학을 겸하는 연구자로서, AI 시대에 사회보험 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원점에서 의심했다. 두 발표가 현행 사회보장 제도 '안에서' 개선을 논했다면, 자신은 그 제도가 놓인 토대—역량과 신뢰—가 AI에 의해 이중으로 침식되고 있다는 더 근본적인 위기를 제기했다. "토대층이 제도층에 선행한다. 토대가 무너지면 어떤 제도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명제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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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2 | 사회보험 없는 사회보장—노동 없는 미래를 지금 설계하라
김기태 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 재원의 3분의 2~4분의 3이 사회보험인 현 구조에서, AI가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면 재원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점을 직시하며 '사회보험 없는 사회보장 모델'이라는 급진적 발상을 제시했다. 내진 설계 비유—한국의 재현주기 2400년 지진 대비 설계 규준—로 논지를 열었다. 지진이 언제 올지 몰라도 미리 설계하듯, 노동 없는 미래를 지금 대비해야 한다. 토론문은 올해 발간될 『카이스트 미래전략』 원고를 수정한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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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3 | 노동시장 관점: 전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노세리 선임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AI 노동시장 충격 연구자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대규모 고용 감축이 언제 옵니까?")을 넘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먼저 물은 오늘 포럼이 반가웠다고 밝혔다. 직업 소멸보다 과업 재편이 핵심이며, 기술변화 비용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나눠 부담하는 메커니즘 설계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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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4 | 현장에서 본 돌봄 기술의 현실
장숙랑 교수 (중앙대학교)
6년간 카이스트·디지스트·기스트 공학자들과 협력해 간호·돌봄 현장에서 직접 기술 개발과 검증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기술 논의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다각도에서 증언했다. "공학자들이 돌봄 영역에 AI 기술을 잔뜩 기대하고 들어와봤더니 너무 원초적인 기술만 요구하고 있고, 그나마도 적용할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더라"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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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5 | 유급 노동 전제를 넘어, 생태와 함께
조남경 교수 (성공회대학교)
두 발표가 공유하는 미래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급 노동 기반 사회'를 자명한 전제로 삼고 있다고 체계적으로 지적했다. AI 시대 불평등 논의에서 임금 소득 관점이 자산 소득 불평등의 확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탈희소성·신발전주의 비전에서 생태적 한계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두 핵심 비판으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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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 및 자유토론
최영준 교수 답변 요약
역량·신뢰·안정의 연쇄: 역량과 신뢰는 안정을 기반으로 발생한다. 드라마의 대사—"인간은 human being이지 human doing이 아니다"—를 인용하며, 존재(being)의 토대가 있어야 비로소 행위(doing)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2019년 논문 '자유 안정성'에서 유급 노동 이외에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무급 돌봄, 지역사회 관계 형성—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회보험 이후를 논할 때 참여소득(사회적 가치 활동 보상)이 유력한 대안 형태다. SK 사회성과인센티브(SPC)처럼 사회적 가치를 현금화하는 시도들도 같은 방향이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함정: "관료적 가부장주의를 만나면 아름다운 아이디어도 왜곡된다." 코딩 교육에 몰렸다가 바리스타 교육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례처럼, 누가 무엇이 필요한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역량 강화 제도 틀과 함께, 개인이 조급함 없이 탐색할 수 있도록 patience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인내 자본—이 병행돼야 한다.
재분배가 전환의 키워드: "AI 전환의 진짜 키워드는 'AI'가 아니라 '재분배'여야 한다." 탈희소성이 와도 불평등이 과도하면 탈희소성답지 않다. 교수들이 삼성 직원 연봉과 비교하며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늘리는 것처럼, 과도한 격차는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다. 누군가의 소득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그 압력을 낮추는 핵심 도구다.
탈성장주의자는 아니다: "저는 탈성장주의자는 아닌 것 같아요." 기술이 주는 생태적 기여도 분명 있다. 제본스의 역설이 발생하는 영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다. 도넛 경제학적 관점에서 성장과 생태를 어떻게 조합할지를 고민하는 방향이다.
새로운 정체성 정치: 쿨타임 노동자들이 자신을 노동자가 아닌 투자자로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 등락이 하루 임금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면 노동자 정체성은 약해진다. 다중 정체성—소비자, 노동자, 시민, 환자, 투자자—속에서 어떤 정체성으로 지역사회에서 만날 것인지가 사회정책의 새 과제다.
노동의 종말은 없다: 인간은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낸다. 마라톤처럼 이전 세대가 상상 못했을 활동을 현대인이 하고 있다. 노동은 끝나지 않겠지만, 그것이 너무 불평등하고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공평한 토대가 필요하다.
여나금 연구위원 답변 요약
사람 중심 설계의 의미: AI가 있으니 사람 중심으로 하자가 아니라, 원래 의료 목표가 사람 중심이었는데 그 병목을 AI로 해소하자는 것이다. 인력·공간·시간·연결의 4가지 공백은 20~30년간 문제로 인식됐으나 기득권 구조 때문에 개혁이 막혀 있었다. AI 도입은 논의의 장을 새로운 판으로 옮기는 기회다.
미국 트렌드: 화려한 기술 경쟁에서 행정 부담 경감·대기 시간 단축 같은 작지만 실효성 있는 적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도 그 경로를 따라야 한다.
수가 체계의 공공적 의미: "환자의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보상받으면 되지 않나"는 질문에—AI가 허가되는 순간 비급여 시장에 진입한다. 수가 체계 없이 시장에 맡기면 전통 비급여보다 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수가는 보상 수단이 아니라 관리 체계를 동반하는 공공적 도구다. 전통 의료에서처럼 시장 먼저가 아니라, 공공성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의사-환자 신뢰: AI가 정보 비대칭을 줄여 환자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신뢰 저하 우려도 타당하다. AI 활용의 책임과 신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담보가 필요하다. 진료 정보 교류는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되, 오히려 이 기회에 진료 정보 주체권을 의사·의료기관에서 환자로 이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AI 사회보험 모델 필요: 산업혁명에 대응해 비스마르크 모형이 탄생했듯, AI 혁명에 대응한 새로운 사회보험 모델을 지금 논의해야 한다.
자유토론 핵심 쟁점 4가지
1. 조세: 새로운 세목이 필요한가
아세모글루의 2026년 논문 「Worker-Friendly AI」를 인용했다. 기계 도입 세금 공제를 줄이고 인간 고용에 더 우호적인 조세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노세리 연구위원은 기업 대상 로봇세 의향 조사에서 예상과 달리 다수가 도입에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기업이 고용을 줄일 의지가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규 채용이 생성형 AI 등장 시점과 맞닿아 멈춰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새로운 세목을 만든다는 것을 굉장히 알러져. 일으키는 분들이 많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학을 공부한 제 입장에서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사실은 좀 슬금슬금 듭니다."
2. 전력: AI 에너지 수요를 인류가 감당할 수 있나
권용진 교수가 답했다. "개인 맞춤형 돌봄 로봇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인류에게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닐 수 있다." 로봇은 30년마다 교체해야 하고, 실시간 개인 데이터 학습에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인간은 태양 에너지에서 식물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AI·로봇은 전혀 다른 구조다. 따라서 범용 맞춤형 돌봄 로봇의 경제성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3. 보건복지부 AI 거버넌스 (질문: 박영란 교수, 강남대)
김기태 연구위원이 답했다. AI 국가전략위원회 100여 명의 위원 중 사회정책·복지·노동 전문가는 사실상 전무하다. 행안부가 AI 관련 처를, 교육부가 국을 신설하는 동안 복지부는 코로나·의료 대란 대응으로 조직 강화 여력이 없었다. "국가 재정의 40%를 쓰는 복지부에 AI 거버넌스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AI 위원회 성격 자체가 '넥스트 성장 모델' 지향이라 복지 관점이 배제됐다고 진단했다.
4. 데이터 거버넌스 (권용진 교수 의견)
중국은 국가 필요에 따라, 아랍에미리트는 왕권에 따라 전 국민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EU는 GDPR 이후 사실상 옵트아웃 방식으로 데이터 풀을 구축 중이다. 한국은 행위별 수가제로 세계 유일의 정상(노멀) 데이터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나 국가 역량으로 전환하는 체계가 없다. 건강검진 데이터와 건강보험 데이터가 있으면 사망 예측 모델이 96~97%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는데, 여기에 복지 데이터까지 결합하면 더 높아질 수 있다. "보건복지 데이터원" 같은 통합 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