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성감대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리빙랩 사업을 함께하는 협력기관 파트너들과 밥을 먹었는데, 마침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열정적인 여성들이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흘렀다.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게 됐냐고.
내가 먼저 꺼냈다. 사회생활 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의 성감대를 찾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물론 여기서 성감대는 설레고 마음이 쏠리는 것, 그 일을 할 때 에너지가 샘솟는 것을 말한다. 그 말이 신기하게 오래 남았다. 그래서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강연을 듣고, 어떤 순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지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심장이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들 자기만의 그 순간을 꺼냈다. 열정적인 파트너를 만났을 때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까지 이야기했다는 분, 당사자가 성장하고 서로 연결되는 순간마다 마음이 설레고 신이 난다는 분, 만족스러운 기획이 잘 실행될 때의 그 감각을 꼽은 분. 저마다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낸 순간들이었다.
웃음도 터졌다. 한 분이 계획을 열심히 짜서 AI에게 보여줬더니 "나사에서 우주선 쏘아올리는 계획만큼 정교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랑했다. 다들 부러워하며 또 한바탕 웃었다. 그러다 한 분이 말했다. "저는 그런 순간이 너무 많은데, 요즘은 AI 쓸 때도 그 느낌이 와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가 누군가 터트렸다. "그럼 온몸이 성감대?" 그 말에 다들 빵 터졌다. "그럼 AI가 성감대?"
웃으면서도 뭔가 진지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돈이 많은 것도, 편한 것도 아닌데 왜 계속 현장으로 나가고, 회의에 앉고, 늦은 밤 자료를 들여다보는가. 그 답이 거기에 있었다. 마음이 쏠리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반응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성감대는 직업이나 직책과 다르다.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찾아 헤매다 어느 날 불쑥 발견된다. 한번 알게 되면 그것이 나침반이 된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어떤 일에 에너지를 써야 할지, 언제 멈추고 언제 계속해야 할지.
그날 밥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나침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지치면서도 계속하고, 막히면서도 다시 길을 찾는다. 온몸이 성감대인 사람들이 모이면 이렇게 된다. 밥 먹다가 박장대소를 하고, 웃으면서 진지해지고, 자리를 파하면서 또 뭔가를 도모하게 된다. 그 에너지가 사회를 조금씩 바꾼다고 나는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