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마을의 거실이 될 때
경기도 고양시가 작은도서관을 마을 돌봄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도서관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고, 무언가를 살 필요가 없고,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도, 노인도, 아이도, 그냥 갈 수 있는 곳. 이런 공간이 동네에 몇 개나 있는가.
일본 기후시의 메디아 코스모스를 만든 요시나리 노부오는 도서관을 "지붕 있는 공원"이라고 불렀다. 공원처럼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 아기가 울어도 되고, 신발을 벗고 앉아도 되고, 그냥 있어도 되는 곳. 2015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연간 방문자가 15,000명에서 135만 명으로 늘었다. 그 비결은 첨단 시설이 아니었다. "받아들임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사회 연결 전문가가 환자에게 독서모임, 텃밭 가꾸기, 이웃과의 연결 같은 지역사회 활동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2023년 Living Knowledge Network 연구는 도서관이 이 사회적 처방의 가장 유력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고, 임상적 공간이 아니어서 부담이 없고,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 1회 이상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10년 후 우울증 발병률이 절반으로 줄고, 치매 발병이 늦춰진다는 것도 같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도서관을 돌봄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위에서 설계하고 아래로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기후의 메디아 코스모스가 시민 책장을 도서관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어른 야간학교를 열고, 10대들의 익명 Q&A 게시판을 운영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그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발견된 것들이었다. 요시나리는 말했다. "도서관을 시민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었다"고.
이것이 리빙랩의 원리이기도 하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당사자가 함께 설계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지역의 맥락에 맞는 모델을 찾아가는 것. 고양시의 작은도서관이 진짜 마을 돌봄 거점이 되려면 공급자가 서비스를 채워 넣는 방식이 아니라, 그 동네 어르신이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이유로 나올 수 있는지, 어떤 이웃과 연결되고 싶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도서관이 마을의 거실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거실은 주인이 꾸미는 곳이 아니라,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다. 그 거실을 만드는 일에 주민들이 처음부터 함께 앉아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