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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 [연결과 교류] 2026 인지마루(인지증카페) 킥오프

일시 2026년 6월 24일
장소 한국에자이
참석 14개 참여기관 +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 SAI Impact

개요

D-Cafe라는 이름으로 4년을 걸어온 사업이 2026년 '인지마루'로 이름을 바꿨다. 전국 14개 기관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 킥오프는 각 지역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처음으로 서로에게 꺼내 보인 자리였다.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대전, 경기—지역도 기관 유형도 달랐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노인복지관, 치매안심센터, 사회적기업, 의료복지사협, 한살림 돌봄조직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지원금을 받으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었다.

배경: D-Cafe에서 인지마루로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와 '역할'이었습니다." — 안우석 부장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킥오프 환영사
한국에자이는 'human health care(hhc)' 철학을 기반으로 2023년부터 치매리빙랩(D-Lab)과 D-Cafe 사업을 이어왔다. 4년의 실험이 지나면서 이름 하나가 바뀌었다. D(Dementia)를 앞에 붙이는 순간 치매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되어버린다는 현장의 문제의식이 쌓인 결과였다.
인지마루. 마루는 집에서 가장 편하게 쉬는 곳, 누구나 드나드는 곳이다. 그 마루를 동네로 꺼내자는 것이 새로운 이름에 담긴 뜻이다.
연도별 성장
연도
지역 수
참여자 수
비고
2023
5개
848명
시작, 29회 운영
2024
7개
1,842명
59회 운영, 규모 확장
2025
11개
1,474명
내용 중심으로 전환
2026
14개
인지마루로 전환

제시 발표: 돌봄전환과 인지마루

SAI Impact 대표이자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돌봄전환PD인 제시(서정주)는 리빙랩의 개념과 돌봄전환의 철학을 설명한 뒤, 이 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질문을 꺼내 놓았다.
"지원이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 지속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당자가 바뀌면 열정이 사라져서 어려움이 생기고, 당사자들이 참여의 주체로 나설 수는 없을까, 가족분들이 자조모임으로 지속 가능하게 할 수는 없을까—이런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가 제안한 방향은 세 가지였다. 당사자 중심의 지지 관계 형성, 지역 자원과 협력기관 연계를 통한 뿌리내리기, 그리고 장기적으로 조례 제도화. "참석자 중에 1~2명이라도 주체적으로 함께 운영하는 입장으로 참여하실 수 있는 분이 확보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14개 기관의 이야기

서울·경기권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서울) 프로그램명: 돌봄마루 / 대상: 치매 보호자 중심
담당자가 "6월에 입사해서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먼저 밝혔다. 킥오프에서 제시가 "담당자가 바뀌면 쌓아온 관계가 리셋된다"고 했는데, 바로 그 현실이 첫 발표에서 구현됐다. 복지관 30년 역사의 무게와 신입 담당자의 솔직함이 겹쳤다.
이 기관은 당사자보다 보호자에 집중했다.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치매 돌봄 보호자 4명과 복지관 회원 4명을 묶어 소모임형으로 운영한다. 원예, 아로마 체험, 나들이를 섞어 정서 회복을 돕고, 이후 자조모임으로 이어가는 구조다. 모집은 카톡 발송으로 이미 완료됐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서울) 프로그램명: 건강한 안심마루 / 대상: 75세 이상 치매 당사자·고위험군
1996년 개관, 직원 107명, 하루 평균 1,100여 명이 이용하는 대형 복지관이다. 건물 안에 치매 주야간보호센터(2층)와 치매케어센터(5층)가 함께 있어, 복지관을 이용하다가 치매가 진행되면 그 자리에서 2층으로, 5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설계부터 치매친화를 염두에 둔 드문 기관이다.
6명을 모집해 격주로 9회 운영한다. 치매 당사자 1명, 고위험군 2명, 관심 있는 어르신 3명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 중 담당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생각을 쓰고 있는지, 감정을 표현하는지,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세 가지를 관찰하는 것. 단순한 활동 참여를 넘어 관계와 자기표현의 변화를 추적하려는 시도다.
송파구치매안심센터 (서울) ← 올해 새로 합류 프로그램명: 인지마루 / 대상: 치매 환자 및 가족 12명
2008년 개소, 2019년부터 송파구 보건소 직영으로 전환. 치매 추정 환자만 약 8,000명으로 추산되는 성북구와 달리, 송파의 접근은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송파구"다. 6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 6회기, 미술·원예·요리·전통놀이·음악을 회상요법과 결합해 운영한다. 마지막 회기에 '개인 기억 앨범'을 제작해 참여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발표 후 안우석 부장이 에자이 직원들의 복지관 방문 hhc공감활동/자원봉사를 제안하자, 담당자가 "관장님께 여쭤보고"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기관 간 연결이 킥오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장면이었다.
성북구치매안심센터 (서울) 프로그램명: 같이 가치 / 대상: 치매 환자와 가족 통합
성북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노인 인구(약 8만 7,000명)가 가장 많고, 치매 추정 환자는 약 8,000명. 치매안심센터가 직접 스마트팜 카페를 운영하고,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이 바리스타와 카페 매니저로 일하는 '인지놀이터'를 병행한다. 공간이 이미 치매 당사자의 일터이자 놀이터다.
인지마루는 '회상기반 프로그램 + 소통 + 감정나눔'을 진행 방식으로 삼아 월 1회 6회기를 운영한다. 음악·미술·전통놀이·요리·원예를 차례로 거쳐 마지막 회기에 통합 회상을 하고 개인 기억 앨범을 제작해 참여자에게 제공한다. 회상이 핵심 방법론이지만, 이 기관의 더 큰 정체성은 카페와 인지놀이터라는 공간 자체가 치매 당사자의 일상이 되어 있다는 데 있다. 부센터장 이선미는 "여기 와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치매안심센터의 틀을 넘는 협력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서울) 프로그램명: 함께 하는 동행 / 대상: 치매 당사자와 보호자 분리 운영
1994년 설립, 전화 치매 상담, 배회구조팔찌 지원, 치매극복의날 행사 등을 운영해온 오래된 기관. 인지마루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2시~4시, 연중 운영한다. 올해만 이미 5회기를 마쳤다.
당사자 프로그램과 보호자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에 분리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당사자들은 전통 공예·요리·원예를, 보호자들은 케어 방법·식생활 관리·감정 존중 대화법을 배운다. 협력기관으로 송파구치매안심센터, 송파노인종합복지관, 한국시니어비전아카데미가 연계된다.
"12월 마지막 회기에는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내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 나눈다"는 마무리 방식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다.
한국시니어비전아카데미 (서울) 프로그램명: 송파 시니어 사관학교 / 대상: 치매 예방 관심 어르신
송파 쓰담쓰담 봉사단 7년의 경험에서 출발한 기관. 올해 처음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봉사자 출신 강사들이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다.
핵심은 코그니사이즈(Cogni-size). 인지(Cognition)와 운동(Exercise)을 결합한 일본산 프로그램으로, 오른손과 왼손이 다른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뇌를 자극한다. 킥오프 현장에서 직접 시연했는데, 치매 당사자들보다 복지사들이 더 틀린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뇌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었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 리빙랩 방식) 프로그램명: 수다로 있는 기억학교 / 방식: 회상요법 기반
2013년 발족, 2,86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탄탄한 의료복지 생협. 한국에자이, 부천시 보건소, 부천대학교와 함께 별도의 치매리빙랩도 진행 중이며, 7월에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의 핵심은 '레미니션(Reminiscence)'. 긍정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도록 훈련받은 '레미니션 도우미'를 자체 양성해 운영에 투입한다. 일본의 10세 이전 기억 회상 회상요법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7월 1일 인지검사도 진행한다.
한살림고양파주돌봄사협 (파주, 리빙랩 방식) 프로그램명: 커뮤니티형 인지마루 / 협력: 카페봄(다온협동조합)
창립 3년 차, 100년 한살림 생협 활동의 경험을 가진 발기인 6명이 설립한 노인 돌봄 특화 조직이다. 킥오프에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꺼낸 기관이기도 했다.
치매가 있는 90세 어르신이 "손주들 용돈을 주고 싶다"며 은행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보호자는 반대했지만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해 함께 은행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어르신이 파 스무디로 한턱을 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요양보호사에게 "이미영은 김미경 선생님 덕분에 호강을 한다"는 말을 매번 반복한다. 기억은 날마다 지워지지만, 그 감사의 감각은 남아 있다.
사업 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목표다. "사업 종료 후 일요일 오후를 '서로돌봄카페'로 전환해 치매 당사자와 보호자 쉼터, 시민들의 치매 이해를 돕는 서로돌봄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것. 지원이 끊긴 이후의 설계를 이미 품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대구권

감천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대구) 프로그램명: 기억을 담고 마음을 잇는 활동의 세계 / 지역: 달서구 월성동
35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공아파트 단지 4개가 밀집한 월성2동. 65세 이상 인구 4,806명, 치매 추정 인구 약 480명. 감천리카페는 달서건강복지관 1층에서 지역 어르신들의 소통 공간이자 발달장애인 직업훈련 장소로 운영된다.
올해 핵심 프로그램은 '시니어 사진작가 되기'다. 스마트폰 촬영 교육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당사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감천리카페와 복도에 전시하고 본인이 '사진 해설사'로 나서는 구조다. 15명의 사진 해설사를 발굴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전시를 통해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설계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산격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대구) 프로그램명: 치매를 마주하다 (3년차)
3년을 이어온 기관이다. 1년차 '치매를 마중하는', 2년차 '치매를 만나다', 3년차 '치매를 마주하다'로 이어지는 제목의 변화 자체가 이 사업이 걸어온 궤적을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옆집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인지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북구치매안심센터 산하 '행복누리기억학교'와 연계해, 거기서 치매 당사자 40여 명이 매일 퍼즐 게임을 하는 모습을 방문해 함께했다. 퍼즐을 매일 하다 보니 당사자들이 방문객보다 훨씬 잘했다는 담당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조모임을 올해 처음 도입한다. 가족과 당사자를 분리해 각각 2회씩 운영하는 방식. 처음 시도라 긴장된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지대가 함께한다.
사회적협동조합 모두행복센터 (대구) 프로그램명: 자조모임 형태의 인지마루 / 대상: 경도인지장애 당사자·보호자
봉사자 6명이 모여 만든 조합. 치매안심센터 연계 자원봉사 경력, 치매파트너 등록, 치매근포 선도단체 지정까지 단계를 밟아 올해 치매친화카페 창업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 지원도 최근 통과됐다.
5월에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경도인지장애 참여자들과의 수업이 "주의도 산만하고 참 어렵더라고요. 보호자랑 꼭 같이 수업을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담당자가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그다음 주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참여자가 "다음 회의는 어찌합니까? 너무 좋으셨던 모양이에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는 에피소드로 마무리했다.

울산권

메세지팩토리협동조합 (울산, 리빙랩 방식) 프로그램명: 남목에서 즐기는 하루 동안의 여행 / 지역: 울산 동구 남목
도시재생사업을 위탁받아 울산 동구 남목에서 활동하는 소셜기획사. 남목1동 고령화율은 27%, 남목3동 23%로 초고령지역이다. 2022년 2.4%였던 고령화율이 4년 만에 27%까지 뛴 숫자는 도시재생의 목적이 왜 단순히 건물 수리가 아닌지를 말해준다.
올해 인지마루는 당사자들이 남목 마을 곳곳—시장, 카페, 공원—을 직접 여행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치매안심센터와 노인복지관 부설 치매보호센터가 협력기관이다. 마을 강사 양성 과정 수료자 두 명이 매주 월요일 경로당과 치매보호센터에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는 것이 이 기관의 자랑이다.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도 이분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부산권

이이장 주식회사 (부산, 리빙랩 방식) 프로그램명: 기억을 심고 관계를 가꾸는 우리들의 정원 / 지역: 부산 연제구
2023년 창업한 정원치유 전문 사회적기업. 이 기관은 가장 긴 여정을 짧게 압축해 보여줬다. 부산 기장군 치매안심센터에서 16회기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효과성 검증을 마쳤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부산지역사회서비스로 '정원치유'를 등록했다. 이제는 바우처 사업으로 확장 중이다.
올해 인지마루는 연제구치매안심센터 3층 테라스의 방치된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색각 문제를 가진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색상으로 공간을 재설계하는 것도 포함된다. 식물을 심고, 키우고, 씨앗을 맺는 자연의 주기가 프로그램의 리듬이 된다.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돌봄"이 설계의 핵심이다.
발표 후 청중에게서 "사회서비스 등록은 어떻게 하셨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결과물을 보여주며 설득했고, 부산사회서비스원이 시청과 협력해 등록을 성사시켰다는 답변에 여러 기관이 귀를 기울였다.

대전권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대전) 프로그램명: 지역 밀착형 인지마루 / 조합원: 5,000세대, 직원 100여 명
1994년(2002년으로도 언급)에 시작된 대전의 오래된 의료복지생협. 의원·한의원·검진센터에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재가복지센터까지 통합 운영하는 기관이다.
6월부터 10회기로 시작해 이날까지 8회를 마쳤다. 매회 '인지 체조'로 시작해—트로트나 신나는 음악에 맞춘 율동—, 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건강수첩에 기록하고 집에서 실천한 내용을 다음 회에 나누는 순환 구조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꺼낸 것도 이 기관이었다. 참여 어르신들이 카페 방문 회기에서 처음 카페에 와봤다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주문 자체가 낯설었지만, 결국 하나씩 해냈다. 시장 나들이 때 화장품을 사고, 떡볶이를 먹고, 두부를 사왔다. 그다음 회기 건강수첩에 "강 선생님 덕분에 맛있는 두부로 음식을 해 먹었다"고 적어온 어르신. 기억이 지워져도 감사의 감각은 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에피소드였다.

당사자의 목소리: 현장에서 들려온 말들

이날 킥오프에서 가장 자주, 가장 또렷하게 돌아온 것은 당사자들의 말과 행동이었다. 직접 발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을 함께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
"처음에는 싫다 하셨는데 안 나오시더라고요." — 메세지팩토리, 노래방 에피소드
코인 노래방에 가기를 거부하시던 어르신이 들어가더니 춤을 추면서 나오지 않으셨다. "우리 신랑 저렇게 노는 사람인 줄 평생 몰랐다"는 배우자의 말. 그리고 "호르몬이 너무 좋았다"고 표현하신 어르신.
"못생겨서 찍으면 안 된다—해놓고는 꼭 들고 계세요." — 메세지팩토리, 폴라로이드 사진 에피소드
싫다고 했지만 사진을 찍었고, 가져가지 말라고 했지만 주머니가 없어서 요양보호사에게 맡기면서도 잠깐 고민하시는 표정.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그 찰나가, 본인이 그 사진을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였다.
"커피는 한 잔 안 내주나—아메리카노 말고 나는 맥심." — 메세지팩토리, 당사자의 자기 표현
아무 말 없이 파스타, 샐러드를 다 드시던 어르신이 마지막에 커피를 요구했다. 분위기가 좋았으니 뭔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긴 것. 담당자는 이것을 "분위기가 좋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다음 회의는 어찌합니까?" — 모두행복센터, 우연한 거리 인사
첫 회기가 끝난 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참여자가 먼저 다가와 한 말. 프로그램이 좋았는지 나쁜지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다음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명확한 답이었다.
"음 오늘 참 좋았어." — 한살림고양파주돌봄사협, 94세 어르신 / 유현실 이사장이 전달
프로그램이 끝난 뒤 귀가하면서 중얼거린 한마디. 담당자가 따로 옆에 있지 않았는데, 75세 어르신이 94세 어르신을 모셔다 드리며 전해 들은 말이었다. 유현실 이사장이 킥오프 발표에서 직접 소개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당사자 (서정주 발표에서 인용)
치매 경험전문가가 창작자와 5개월간 공동 작업을 하며 한 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정주가 설명한 '경험전문가'의 개념—당사자는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창조자—이 가장 선명하게 구현된 문장이다.

구조적 긴장: 이날 수면 위로 올라온 질문들

킥오프는 화기애애했지만, 현장 곳곳에서 이 사업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질문들이 터져 나왔다.
"6회뿐이라서 아쉽다고 더 많이 하냐고 계속 연락이 온다." 메세지팩토리 담당자의 말. 어르신들이 원하는데, 예산이 끝나면 프로그램도 끝난다. 200만 원이라는 지원이 당사자에게는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는데, 운영 측에는 기한이 있다는 구조적 불일치.
"사업이 끝나면 센터 자체가 사라져요." 메세지팩토리 담당자의 말. 도시재생사업 기반의 기관들은 사업이 종료되면 조직 자체가 해체된다. 주민과 쌓아온 관계, 프로그램, 공간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이 구조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것의 한계.
"담당자가 바뀌면 그 열정이 사라져서 또 어려움이 있고." 제시의 발표에서 지목된 문제. 실제로 강남노인복지관 신입 담당자가 첫 발표를 맡은 것이 이날 킥오프의 첫 장면이었다.
"조례화하는 건 아직 어떤 데도 없어." 회의 말미 대화에서 나온 말. 4년의 실험이 쌓였지만, 아직 어떤 지역에서도 인지마루가 제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안우석 부장은 의정부시, 부천시 등 일부 지자체와 접촉을 시작했다고 했다.

분위기와 에피소드

코그니사이즈 시연에서 치매 당사자보다 복지사들이 더 많이 틀렸다.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한살림 이사장이 "당사자들은 잘하고 우리가 틀린다 해서 위안이 됐다"고 했다.
서울부터 대구·울산·부산·대전까지 원거리를 이동한 기관들이 많았다. 울산에서 청량리역까지 3시간 반, 대구에서는 이른 아침 기차. 200만 원 사업을 위해 이 거리를 오간다는 것 자체가 이 사업에 대한 어떤 믿음을 보여준다.
발표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현판을 들고, D자 손모양을 만들고, 환하게 웃었다. 서정주는 "14개 기관에 다 가봐야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킥오프에서 확인된 것들

이 자리에서 확인된 것은 하나였다. 200만 원이라는 같은 규모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각 기관이 만들어가는 인지마루는 모두 달랐다. 도시재생 현장의 이이장, 생협에서 출발한 한살림, 오래된 치매안심센터, 신생 사회적기업, 복지관. 표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이 만든 고유한 장소—그것이 리빙랩이 원래 지향했던 것이고, 이날 14개 기관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큰 질문도 또렷해졌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는가. 당사자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는 구조는 만들어지고 있는가. 마중물이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이미 물이 흐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참여 기관 목록

기관명
지역
유형
프로그램 특징
한국치매가족협회
서울
비영리단체
당사자·보호자 동시 분리 운영, 연중 12회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서울 강남
복지관
보호자 중심, 소모임형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서울 송파
복지관
75세 이상 고령 당사자·고위험군
한국시니어비전아카데미
서울 송파
사회적기업
코그니사이즈·봉사자 강사
성북구치매안심센터
서울 성북
공공기관
스마트팜 카페·인지놀이터 병행
송파구치매안심센터
서울 송파
공공기관
회상요법·개인 기억 앨범
한살림고양파주돌봄사협
파주
사회적협동조합
존엄돌봄·서로돌봄카페 전환 계획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
의료복지사협
레미니션 도우미 양성·치매리빙랩 병행
감천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대구 달서
마을관리사협
시니어 사진작가·사진 전시회
산격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대구 북구
마을관리사협
마을 주민 직접 방문·3년차
사회적협동조합 모두행복센터
대구 달성
사회적협동조합
치매친화카페 창업 준비 중
메세지팩토리협동조합
울산 동구
소셜기획사
마을 여행형·도시재생 연계
이이장 주식회사
부산 연제
사회적기업
정원치유·사회서비스 등록 완료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대전
의료복지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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