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멍석을 깔기 시작했다.
서울시광역치매센터, 성동구·성북구·노원구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세 개 기관이 올해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각자의 방식으로 실험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성수동의 공방 문화와 치매돌봄이 만난 성동상회 '기억잡화점', 경도인지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직접 쓰고 그린 책을 ISBN을 받아 독립서점에 유통하는 성북구 '기억 서점', 경도인지장애 당사자들이 취약 치매가구를 직접 방문해 빨래를 수거하고 배달하는 노원구 '빨래왔수다'. 세 곳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 자리에서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제공하려 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심장이 뛰고 가슴이 뛰고, 무언가 할 수 있게 - 부싯돌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해요." 이 세 기관이 하려는 것도 그것이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자리를 여는 것.
오랫동안 나는 돌봄을 받던 사람이 돌봄을 주는 사람이 되는 전환을 꿈꿔왔다. '경험전문가화(化)'라고 부르는 전환이다. 뇌전증 아이를 키우며 고립됐던 엄마가 정책제안서를 들고 도의회에 선 것처럼, 경도인지장애 진단 후 사회에서 역할을 잃었던 분이 방문돌봄 직무를 맡게 된 것처럼. 세 개 마을 실험실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빨래를 배달하러 갔다가 이웃의 말벗이 된 당사자,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만들고 서점에서 누군가의 손에 닿는 것을 경험한 어르신, 굿즈 팝업에서 직접 손님을 맞이한 초로기 치매 당사자. 그 순간들이 경험전문가화의 시작이다.
성동구 담당자가 꺼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어르신들이 '일하고 싶다'는 욕구는 분명히 있는데, 기존 노인일자리 사업의 기준에 막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공백이 아직도 너무 크다. 이번 실험이 그 틈새를 열어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 자리들이 서비스를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뛰는 심장이 연결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치매가 있어도, 기억이 흐려져도 -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손에 닿고, 내가 찾아간 이웃이 나를 기다리는 경험. 그 경험이 쌓이면 마을이 달라진다. 그 달라지는 마을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 올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