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 구술기록에서 아카이빙까지
1. '마을공동체'라는 단어에 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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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동체'라는 말을 체감한 것은 200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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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경제성장·선진국 담론 → 90년대 전후: 민주화 담론 → 결과적으로 경제·제도 민주주의는 성취했으나,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삶의 질에 대한 갈증이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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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포근함, 자생력, 합의)과 '공동체'(세상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실천력)가 결합된 조어 = 마을공동체
→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과 지향을 함축한 표현으로 강연자가 아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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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유토피아가 아님. 내부 갈등·소외도 존재 → "진행 중인 우리들의 이야기"
2. 왜 지금 '기록/아카이빙'인가 — 세 가지 배경
① 법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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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정보공개법, 1999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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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공공기관이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근거가 없어 불신의 시대 (예: 공사 안내판 없던 시절 → "땅 파서 예산 남겨먹는다"는 억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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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직자가 설명 책임을 지는 구조로 사회가 성숙 → 기록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공공재라는 인식 확산
② 디지털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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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전자정부 정책 + 실사용 편의성 → 급속히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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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1:1, 2주 소요) → 현재 실시간·다대다 소통으로 혁명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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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록을 생산·유통·선별·보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됨
③ 시민의식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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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함께해온 활동의 의미 있는 순간(5년, 10년 단위)을 스스로 기념하고 기록하려는 흐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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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제도 + 기술 + 의식이 만나 '기록 활동'이라는 문화적 행동양식으로 발현
3. Archive의 개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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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라틴어 기원 → 두 가지 뜻
1.
가치 있는 기록물 자체 (무가치한 자료는 archive라 하지 않음)
2.
그 기록물을 다루는 기관/사람/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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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미술관·도서관·박물관과 함께 '기록관'을 문화기관으로 두는 전통 有 → 한국은 기록문화 단절 경험으로 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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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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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Larchiveum): Library+Archive+Museum, 2000년대 텍사스대 교수가 제안한 이용자 친화적 통합서비스 지향 개념 (실체 기관이라기보다 '지향'으로 이해할 것 / 참고사례: 스미소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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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GLAM): Gallery+Library+Archive+Museum의 통칭
아카이빙의 3대 기능
단계 | 내용 |
획득 | 생산·수집·이관 (기록물을 존재하게 만드는 행위) |
관리 | 정리·분류·보존 |
활용 | 열람·재구성·전시·출판 등 2차 콘텐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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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역 주민 구술 인터뷰 = 생산이자 수집의 양가적 성격을 지님. 한 사람 인터뷰해도 여러 유형의 기록물이 파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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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록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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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록의 가치기준(역사성/행정적·법적 가치)은 법으로 정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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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공동체의 삶의 기록은 그 가치를 대신 정해줄 수 없음 → 기록의 주인이 직접 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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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순대를 소금/막장/초장 중 무엇에 찍어먹든 우열이 없듯, 지역·개인마다 소중히 여기는 기록의 결이 다름 (존중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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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충북 증평 통리마을의 죽은 나무 — 마을 청년들의 입대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서 정서적 가치를 지녔던 기록물(현재는 벌목됨)
활동 시작 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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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먼저 기록할지는 구성원 간 대화를 통해 조율
→ "이건 곧 사라질 것 같다" "어르신이 편찮으시다" 등 긴급성 기준으로 우선순위 정하기
5. 한국의 기록유산 배경 — 조선왕조실록 · 의궤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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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이 기록 → 임금 사후 실록청(TF성 편찬기구, 삼정승급이 책임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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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 과정: 초초(草) → 중초 → 정초 (수정 시 이전 버전은 세초/분소로 복원 불가능하게 폐기 — 폐기의 원리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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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도 열람 불가 원칙 (예외 4회, 연산군 포함) → 진정성·신뢰도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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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벌 제작해 분산 보존 (현재 국가기록원 부산분원 등) — 임진왜란 때 전주 유생들이 내장산 동굴로 피신시켜 지켜낸 일화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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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요 사업의 배경·전말을 글+그림으로 상세 기록 (예: 화성 성역 — 인부 이름, 근무일수, 급료까지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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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법전(경국대전 등)의 20% 이상이 기록 작성·보관 절차 규정 → 기록에 기반한 국정운영 체계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 20건 등재, 세계 5위 수준
6. 민간기록 관련 제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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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전면개정 (전자기록 대상화 + 대통령기록물법 신설) — 그러나 민간기록 관련 규정은 이때도 크게 진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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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국가기록원 내 민간기록 관련 팀·협의회 신설 → 현재 법 개정 추진 중 (강연자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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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광역자치단체는 기록원 설치 의무 有 (16개 시도) → 실제 설치는 경남(2018), 서울(2019) 단 2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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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기록원 부재 → 강연자, 조속한 설립 희망 언급
7. 민간 기록 활동 사례
사례 | 내용 |
박정희 할머니 육아일기 | 일제시대 교사 출신, 한국전쟁 중 그림책이 없어 자녀에게 직접 그림일기를 그려줌.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발견해 책으로 출간, 이후 국가기록물로 이관 (전쟁 상황·시장 물가 등 사회사적 가치 인정) |
임대규 선생 농사일기 | 30년 이상 축적된 농사 기록(성공/실패 사례 포함) → 지역에서 "배추도사"로 불리며 실질적 참고자료로 활용 |
동두천 걸산동 기록활동 | 미군기지(캠프 케이시) 관통 통행·일일 4회 검문 등 지역 특수사에 대한 기록화. "내세울 것 없어도 있는 그대로 남기자"는 방향 설정이 인상적. 이후 여행코스 개발,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운동 등으로 확장 |
연천 신망리(New Hope County) | 실향민 정착촌. 마을박물관 조성 시도했으나 지원 부재로 옛 가옥 2채 모두 철거·소실 — 아쉬운 사례로 소개 |
기록 태도에 대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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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기록(졸업사진 등)과 당사자들의 정서적 기록(발랄한 사진 등) 사이 우열 없음 — 각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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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지 견학 등 타 지역 벤치마킹보다 "우리 이야기에 충실할 것" 강조 (참고는 하되 모방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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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연혁 같은 공식기록(정사) vs 동문들의 생생한 추억(야사)이라는 이분법에 반대 — 둘 다 대등하게 필요한 역사의 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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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록 활동은 '관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스스로 역사의 무대 위로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행위로 재정의
8. 구술기록 사례에서 얻은 시사점
한명숙 (초대 여성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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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가족법 개정(재산분할청구권, 자녀균분상속)이 2005년 호주제 폐지의 전제조건이었음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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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DJ)-여당(노태우) 간 정치적 딜, 통과 당시 남성 의원들의 조롱까지 —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맥락을 아는 것의 중요성
최순영 (YH무역 노조위원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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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개' 증언 — 야근 시 지급된 빵을 먹지 않고 계 형식으로 모아 고향 동생들에게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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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적 생활상을 생생히 전달
김영순 (1942년생, 평안북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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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피난 중 목격한 참상(총 맞은 어머니, 남겨진 아기 등)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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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다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학자의 글보다 강한 울림을 줌
→ 구술은 결과만 묻지 말고 그 이면의 맥락과 정서까지 끌어내야 진정한 구술기록이라는 결론
강연자의 핵심 메시지 (마무리)
Archive는 ① 가치 있는 기록물 자체, ② 그것을 다루는 곳 두 가지를 뜻한다.
가치는 기록의 주인이 정한다. 개인 기록은 본인이, 공동체 기록은 구성원들이 함께 정하면 된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부담 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