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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 [학습] 느티나무 동네 기록학교 「기록하는 마음」

1강 — 구술기록에서 아카이빙까지

1. '마을공동체'라는 단어에 대한 사유
개인적으로 '공동체'라는 말을 체감한 것은 2000년대 이후
1970~80년대: 경제성장·선진국 담론 → 90년대 전후: 민주화 담론 → 결과적으로 경제·제도 민주주의는 성취했으나,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삶의 질에 대한 갈증이 남음
'마을'(포근함, 자생력, 합의)과 '공동체'(세상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실천력)가 결합된 조어 = 마을공동체 →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과 지향을 함축한 표현으로 강연자가 아끼는 단어
공동체는 유토피아가 아님. 내부 갈등·소외도 존재 → "진행 중인 우리들의 이야기"
2. 왜 지금 '기록/아카이빙'인가 — 세 가지 배경
① 법과 제도
1996년 정보공개법, 1999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제정
이전: 공공기관이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근거가 없어 불신의 시대 (예: 공사 안내판 없던 시절 → "땅 파서 예산 남겨먹는다"는 억측)
이후: 공직자가 설명 책임을 지는 구조로 사회가 성숙 → 기록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공공재라는 인식 확산
② 디지털 환경
1990년대 후반 전자정부 정책 + 실사용 편의성 → 급속히 정착
손편지(1:1, 2주 소요) → 현재 실시간·다대다 소통으로 혁명적 변화
누구나 기록을 생산·유통·선별·보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됨
③ 시민의식의 성장
자신들이 함께해온 활동의 의미 있는 순간(5년, 10년 단위)을 스스로 기념하고 기록하려는 흐름 발생
법제도 + 기술 + 의식이 만나 '기록 활동'이라는 문화적 행동양식으로 발현
3. Archive의 개념 정리
어원: 라틴어 기원 → 두 가지 뜻
1.
가치 있는 기록물 자체 (무가치한 자료는 archive라 하지 않음)
2.
그 기록물을 다루는 기관/사람/공간
해외는 미술관·도서관·박물관과 함께 '기록관'을 문화기관으로 두는 전통 有 → 한국은 기록문화 단절 경험으로 낯섦
관련 조어
라키비움(Larchiveum): Library+Archive+Museum, 2000년대 텍사스대 교수가 제안한 이용자 친화적 통합서비스 지향 개념 (실체 기관이라기보다 '지향'으로 이해할 것 / 참고사례: 스미소니언)
글램(GLAM): Gallery+Library+Archive+Museum의 통칭
아카이빙의 3대 기능
단계
내용
획득
생산·수집·이관 (기록물을 존재하게 만드는 행위)
관리
정리·분류·보존
활용
열람·재구성·전시·출판 등 2차 콘텐츠화
예: 지역 주민 구술 인터뷰 = 생산이자 수집의 양가적 성격을 지님. 한 사람 인터뷰해도 여러 유형의 기록물이 파생됨
장기보존(항온항습·소화·방충설비 등)은 개인·공동체 힘만으로는 어려움 → 공공영역과의 협력 필요 영역으로 구분해서 인식할 것. 반면 생산·관리·활용은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
4. 기록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공공기록의 가치기준(역사성/행정적·법적 가치)은 법으로 정할 수 있지만,
개인·공동체의 삶의 기록은 그 가치를 대신 정해줄 수 없음 → 기록의 주인이 직접 정하는 것
예시: 순대를 소금/막장/초장 중 무엇에 찍어먹든 우열이 없듯, 지역·개인마다 소중히 여기는 기록의 결이 다름 (존중의 문제)
사례: 충북 증평 통리마을의 죽은 나무 — 마을 청년들의 입대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서 정서적 가치를 지녔던 기록물(현재는 벌목됨)
활동 시작 시 조언
무엇을 먼저 기록할지는 구성원 간 대화를 통해 조율 → "이건 곧 사라질 것 같다" "어르신이 편찮으시다" 등 긴급성 기준으로 우선순위 정하기
5. 한국의 기록유산 배경 — 조선왕조실록 · 의궤
조선왕조실록
사관이 기록 → 임금 사후 실록청(TF성 편찬기구, 삼정승급이 책임자) 설치
편찬 과정: 초초(草) → 중초 → 정초 (수정 시 이전 버전은 세초/분소로 복원 불가능하게 폐기 — 폐기의 원리 핵심)
임금도 열람 불가 원칙 (예외 4회, 연산군 포함) → 진정성·신뢰도 담보
여러 벌 제작해 분산 보존 (현재 국가기록원 부산분원 등) — 임진왜란 때 전주 유생들이 내장산 동굴로 피신시켜 지켜낸 일화
의궤
국가 중요 사업의 배경·전말을 글+그림으로 상세 기록 (예: 화성 성역 — 인부 이름, 근무일수, 급료까지 기재)
조선 법전(경국대전 등)의 20% 이상이 기록 작성·보관 절차 규정 → 기록에 기반한 국정운영 체계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 20건 등재, 세계 5위 수준
6. 민간기록 관련 제도 현황
2007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전면개정 (전자기록 대상화 + 대통령기록물법 신설) — 그러나 민간기록 관련 규정은 이때도 크게 진전 없음
2024년 4월, 국가기록원 내 민간기록 관련 팀·협의회 신설 → 현재 법 개정 추진 중 (강연자도 참여)
법상 광역자치단체는 기록원 설치 의무 有 (16개 시도) → 실제 설치는 경남(2018), 서울(2019) 단 2곳뿐
경기도 기록원 부재 → 강연자, 조속한 설립 희망 언급
7. 민간 기록 활동 사례
사례
내용
박정희 할머니 육아일기
일제시대 교사 출신, 한국전쟁 중 그림책이 없어 자녀에게 직접 그림일기를 그려줌.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발견해 책으로 출간, 이후 국가기록물로 이관 (전쟁 상황·시장 물가 등 사회사적 가치 인정)
임대규 선생 농사일기
30년 이상 축적된 농사 기록(성공/실패 사례 포함) → 지역에서 "배추도사"로 불리며 실질적 참고자료로 활용
동두천 걸산동 기록활동
미군기지(캠프 케이시) 관통 통행·일일 4회 검문 등 지역 특수사에 대한 기록화. "내세울 것 없어도 있는 그대로 남기자"는 방향 설정이 인상적. 이후 여행코스 개발,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운동 등으로 확장
연천 신망리(New Hope County)
실향민 정착촌. 마을박물관 조성 시도했으나 지원 부재로 옛 가옥 2채 모두 철거·소실 — 아쉬운 사례로 소개
기록 태도에 대한 강조
공식 기록(졸업사진 등)과 당사자들의 정서적 기록(발랄한 사진 등) 사이 우열 없음 — 각자의 역할
선진지 견학 등 타 지역 벤치마킹보다 "우리 이야기에 충실할 것" 강조 (참고는 하되 모방 불필요)
학교 연혁 같은 공식기록(정사) vs 동문들의 생생한 추억(야사)이라는 이분법에 반대 — 둘 다 대등하게 필요한 역사의 구성 요소
민간 기록 활동은 '관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스스로 역사의 무대 위로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행위로 재정의
8. 구술기록 사례에서 얻은 시사점
한명숙 (초대 여성 국무총리)
1989년 가족법 개정(재산분할청구권, 자녀균분상속)이 2005년 호주제 폐지의 전제조건이었음을 증언
당시 야당(DJ)-여당(노태우) 간 정치적 딜, 통과 당시 남성 의원들의 조롱까지 —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맥락을 아는 것의 중요성
최순영 (YH무역 노조위원장 출신)
'빵개' 증언 — 야근 시 지급된 빵을 먹지 않고 계 형식으로 모아 고향 동생들에게 보냄
1960~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적 생활상을 생생히 전달
김영순 (1942년생, 평안북도 출신)
한국전쟁 피난 중 목격한 참상(총 맞은 어머니, 남겨진 아기 등) 증언
"전쟁은 다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학자의 글보다 강한 울림을 줌
구술은 결과만 묻지 말고 그 이면의 맥락과 정서까지 끌어내야 진정한 구술기록이라는 결론
강연자의 핵심 메시지 (마무리)
Archive는 ① 가치 있는 기록물 자체, ② 그것을 다루는 곳 두 가지를 뜻한다.
가치는 기록의 주인이 정한다. 개인 기록은 본인이, 공동체 기록은 구성원들이 함께 정하면 된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부담 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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