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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컬럼 23호] 빈소를 지켰던 그가, 무대 위에서 반짝였다

3년 전, 오빠의 장례식장에 낯선 청년이 있었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오빠와의 관계를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장례기간 내내 빈소를 지키던 그에게 연유를 물었다. 오빠와 깊은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발인 날 새벽, 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내가 몰랐던 오빠의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오빠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그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됐다. 그 위로는 장례가 끝난 뒤에도 애도의 시간 내내 곁에 있었다. 애도는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를 알던 사람들 각자의 기억 속에 저마다 다른 조각이 남는다. 그 조각들이 모여야 비로소 그 사람의 삶이 온전해진다. 가족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그림이다. 그날 새벽 그 청년이 들려준 이야기는, 나에게 없던 조각이었다.
그는 뮤지션 유승우였다. 그 고마움을 간직한 채 3년을 지냈다. 얼마 전, 그의 공연 소식을 들었다. 티켓을 예매하고 그에게 건네 줄 간식을 챙겨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3년 전 새벽, 오빠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얼굴 그대로였다. 반짝반짝 빛났다.
공연은 노래만큼이나 그의 말이 채우고 있었다. 사회자 없이 진행되는 공연으로, 스스로 인터미션을 만들었다고 했다. 앞줄에 앉은 관객을 놀리고, 요즘 운동을 다닌다는 근황을 웃음 섞어 전했다. 방송에 오래 나오지 않아 자신도 스스로를 못 알아볼 때가 있다며 웃었다. 어릴 적 고향 친구가 찾아왔다며 반가워했다. 그날의 옷차림을 스스로 짚으며 요즘 MZ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들을 서툴게 따라 하기도 했다. 관객이 성대모사를 청하자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못 이기는 척 들어줬다. 공연을 든든히 받쳐준 밴드 친구들 -건반, 베이스, 드럼 - 을 한 명씩 소개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래 사이사이, 그 말들이 무대를 채웠다.
그는 어제도 공연을 했다고 했다. 밤에 누워 눈을 감으면 그날 만난 얼굴들이 떠오른다고, 그 얼굴들이 살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지표가 된다고 했다. 공연의 끝에는 그가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이렇게 직접 편지를 읽는 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라고 했다. 그동안은 주로 편지를 받는 쪽이었는데, 편지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서른의 문턱에 선 지금, 자신의 20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불안과 사랑, 극복과 맑음. 청춘을 이루는 감정들을 하나씩 짚었다. 소속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무대와 음악, 디자인을 만들어준 이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대가 없이 나서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청춘이 스무 살 언저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마흔도 청춘일 수 있다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3년 전 새벽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 나를 위로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지금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쓰고 나누고 있었다. 애도가 나에게 준 위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가 계속 반짝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그 위로의 연장이었다. 이야기는 한 번 나누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잃은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몇 년 뒤 전혀 다른 자리에서 다시 살아난다. 애도도, 위로도, 결국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계속되는 것 같다. 청춘의 단상. 그의 공연 제목이었다. 여름에 만난 그의 싱그러운 청춘이, 그날의 공기가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다시 한번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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