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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 [해외 이벤트] 에치오 만치니-누구나 디자이너라는 것은 @Tokyo

「누구나 디자이너다」란 무엇인가

에치오 만치니 특별 방일 기조강연

사회 시스템 디자인의 방법 자체를 업데이트하기: 협동·근접성·돌봄에서 지역사회 기반 복지까지

「誰もがデザイナーである」とはどういうことか?【エツィオ・マンズィーニ氏 特別来日・基調講演】
9.3.(목) 16:30~19:30 강연·크로스토크 / 19:30~21:00 친목회(懇親会) 장소 스크램블홀(SHIBUYA QWS 내), 도쿄도 시부야구 시부야2초메24-12 시부야 스크램블스퀘어 15층 주최 「누구나 디자이너인가란 무엇인가」실행위원회 · 도쿄도시대학(東京都市大学) 도시생활학부 협력 (주)지역창생Co디자인연구소 · (주)코파일럿(コパイロツト) · 시부야국제도시공창기구 · 오무타미래공창센터(大牟田未来共創センター) · SHIBUYA QWS
기조강연 에치오 만치니(Ezio Manzini, 밀라노공과대학 명예교수 / DESIS 네트워크 회장) 개회·문제제기 기무라 아츠노부(木村篤信, 도쿄도시대학 / 일본리빙랩네트워크) 화제제공·크로스토크 하라구치 히사시(原口悠) · 마츠자키 료(松崎亮) · 요시에 슌(吉江俊) · 츠즈쿠 준야(都竹淳也, 히다시장) · 타사카 카츠로(田坂克郎) 그래픽 레코딩 다나카 유미노(田中弓乃)
일본 사회에서 "디자인"이라는 말이 마케팅 용어로 소비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에치오 만치니의 이론과 일본 현장의 실천을 정면으로 맞붙여 본 세 시간이었다. 1부는 만치니의 기조강연과 질의응답, 2부는 일본의 세 실천가(사회복지협의회, 지방자치단체장, 도시계획학자)가 각자의 현장을 발표하고 만치니와 함께 대화하는 크로스토크로 구성됐다.
참고 — 이 강연이 참조한 책들. 행사명은 만치니의 2015년 저서 『Design, When Everybody Designs』를 직접 가리키지만, 그 일본어판 『誰もがデザインする時代のデザイン』 2026년 3월 18일에야 출간되었다. 실제 강연 내용, 특히 "협동·근접성·돌봄" 삼각형과 커뮤니티 기반 복지 논의는 2015년 책보다 두 권의 후속작에 가깝다: ① 『Livable Proximity: Ideas for the City that Cares』(2021, EGEA — 일본어판은 「心地よい近さが街を変える」로 소개됨), 근접성·돌봄·디지털을 다룬 책. ② 『Fare assieme: Una nuova generazione di servizi pubblici collaborativi』(Ezio Manzini · Michele D'Alena 공저, EGEA, 2024.6 — 이탈리아어로만 출간) — 강연 후반 만치니가 언급한 "협동할 권리", "학교·병원이 사회적 센터가 되어야 한다", "퍼블릭 콜라보라티브" 논의의 출처로 추저오딘다. 즉 이날 강연은 2015년 책의 "디자인 케이퍼빌리티" 기본 틀 위에, 이후 10년간 그가 근접성·돌봄·공공서비스 쪽으로 확장해 온 최신 논의를 얹은 구성이다.

1부 개회 — GDP를 넘어선 지표, 웰빙과 회복력

오프닝 발언은 한 노무라는 오랜 기간 GDP 이외의 지표, 특히 최근 화두가 된 웰빙(well-being)과 회복력(resilience)을 연구해왔다고 소개했다. "지금의 사회와 경제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는 만치니 교수를 통해 사회 변화와 재디자인(redesign)을 어떻게 사고할지 배울 수 있는 기회에 기대감을 표하며, 도쿄대학·이와테대학 등의 협력에 감사를 전했다.

문제 제기 — 기무라 아츠노부, "도시생활학과 오무타의 실천"

기무라 아츠노부(도쿄도시대학) 씨가 10분간 이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도쿄도시대학의 "도시생활학": 도시와 삶을 건축·사회학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출발해 새로운 도시생활이란 무엇인가"를 보는 학제적 학부로 소개. 건축·디자인·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원이 모여,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화감"으로부터 도시와 삶의 방식을 배운다는 접근.
만치니와의 접점: 만치니는 원래 지속가능성(주로 재료·환경 공학 기반) 연구에서 출발했으나,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환경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분류(classification)·사회적 행동·사회혁신 쪽으로 연구를 확장해왔다는 계보를 소개.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관계 맺게 하고, 어떻게 사회를 만들 것인가"로 디자인 프로젝트의 범위가 확장되어 온 흐름.
오무타시(大牟田市, 후쿠오카현) 사례: 지역 주민·행정과 함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온 실천으로, 오무타미래공창센터와 NTT그룹의 지역창생Co디자인연구소가 공동 발행한 개념서 『2.0 지역창생』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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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域創生2.0」 컨셉북
문제의식의 핵심 — "왜 이 주제가 중요한가": 만치니 저서의 배경은 근대화에 따른 개인화(individualization)다. 과거에는 전통과 공동체가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해줬지만, 근대 이후 우리는 스스로 삶을 설계(design)해야 하는 자유이자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자유는 소중하지만,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데서 오는 고통도 크다 — 사회와 관계 맺기 어려울 때, 등교·출근이 어려울 때, 심신이 불편할 때, 그 타이밍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오무타식 인간관 — "사람 중심(person-centered)":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이 있는 사람",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본다. 이것이 곧 만치니가 말하는 "디자인 케이퍼빌리티(design capability)"의 핵심과 통한다 — 사람을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potential)을 가진 존재로 보는 관점.
다만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저절로 그것을 실현하지는 못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은 "하고 싶다"는, 뚜렷한 의도나 동기가 없어도 마음이 들썩이는 감각 — 오무타에서 자주 쓰는 말로 "우즈우즈(うずうず)"(근질근질함, 하고 싶어서 안달나는 느낌)를 소개. 이 에너지를 어떻게 새로운 생태계로 구현할 것인가가 만치니 이론의 핵심 질문.
2부에서는 마츠자키 료·요시에 슌·츠즈쿠 준야 세 분이 실제 일본의 실천을 이야기한다고 예고하며 발제를 마쳤다.

기조강연 — 에치오 만치니, "디자인, 사회혁신, 그리고 복지의 재설계"

창발적 디자인(emerging design)이란

만치니는 자신의 저서(2015년 초판, 이번에 일본어로 번역 출간)가 여러 방향으로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며, 오늘은 특히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복지(welfare)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은 전문 직능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니다. 근대화(modernization)는 전 세계 어디서나 — 일본에서도 — 전통적 조직 형태(마을, 이웃공동체, 가족)의 결속력을 점진적으로 약화시켰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유동적 사회(liquid/fluid society)"다.
전통이 살아있을 때는 인간이 굳이 "디자인"할 필요가 없었다 — 전통을 따르면 대체로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경험의 축적이므로).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할 때, 전통은 더 이상 답을 주지 못한다. "내 아버지는 전통을 따라 나를 어떻게 사람으로 키울지 답을 찾을 수 있었지만, 두 살배기 아이가 아이폰을 손에 들고 있는 지금, 어떤 전통이 올바른 교육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가?" — 이때 우리는 프로젝트(교육 프로젝트)를 필요로 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시는 기존 것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처럼 역사상 전례 없는 문제에 맞춰 "무엇을 뜻해야 하는가"를 다시 사고해야 한다.
디자인 능력의 세 요소: ① 비판적 감각(critical sense) —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 알아채는 것, ② 창의성·상상력 — 대안을 상상하는 것, ③ 실용적 감각(practical sense) —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아는 것. 이 셋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존재하지 않지만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상상하는 "디자인 태도"가 성립한다.
창발적 디자인은 하나의 학문분과가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매우 복잡하고 힘든 일이며, 많은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래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사람들이 이미 가진 그 능력을 알아차리고 지원하는 것 — "겸손하되 목소리는 있어야 하는" 자리다("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태도로).

사회혁신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사회혁신"이라는 말은 매우 넓게 쓰이지만, 오늘 이야기하는 것은 약 20년 전부터 시작된 특정한 흐름 —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역량(capability)을 중심에 둔 조직 형태를 뜻한다.
디자인 포 소셜 이노베이션은 두 가지가 겹치는 지점이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 그리고 그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문화와 프레임을 만드는 것) — 동전의 양면.
20년 전, 사회학자·마케터들이 예측했던 "근대사회는 갈수록 개인화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사람들은 오히려 협동(collaboration)하고 함께 살 공간을 만드는(co-housing) 능력과 의지, 물리적 장소의 중요성을 재발견(proximity), 서로를 돌보는 관계(care)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세 키워드 — 협동·근접성·돌봄 — 는 단순해 보이지만, 협동에 반대하고 근접성에 반대하고 돌봄에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주류(mainstream)인 오늘날에는 대단히 혁명적인 말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관찰된 공통점 — 왜 과거의 마을과 다른가

공동주거(co-housing), 노약자를 서로 돌보는 이웃 네트워크, 산지 직거래 먹거리 관계, 동네를 스스로 고쳐나가는 모임 등 무수한 사례를 관찰한 결과 나온 공통점들:
1.
모두 문제에서 출발하고, 협동 없이는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 협동은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해법의 조건 자체다.
2.
결과가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공동체와 환경에도 좋다 — 윈윈윈(win-win-win) 구조.
3.
협동의 부산물로 관계재(relational goods)가 생긴다 — 상호 신뢰(mutual trust)의 재구축. "서구 사회의 위기는 결국 모든 층위에서의 신뢰의 위기이며, 신뢰는 의무로 만들 수 없다. 신뢰를 재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해야만 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4.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례들은 실재한다 —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논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만치니는 자신이 예전에 지속가능한 디자인 워크숍을 하며 학생들과 "이런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만 하던 시절, "그건 학생들 생각일 뿐"이라는 반응을 받곤 했지만, 사회혁신 사례들을 발견한 뒤로는 "보라, 실제로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아직은 소수다. 하지만 큰 나무도 씨앗에서 시작한다."
이 작은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마이크로 인프라스트럭처(물리적·제도적 미시 조건)가 어딘가에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미시 인프라가, 정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거시 인프라스트럭처(macro-infrastructure, 개인주의를 강화하는 사회 전체 구조) 안에 놓여 있다는 것. 그래서 디자이너·활동가의 역할은 "바람을 거슬러 항해하며" 협동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들은 대개 영웅(heroes) — 자기 삶의 많은 부분을 걸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특별한 개인 — 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웅은 결국 폭군이 된다(heroes become tyrants)" — 영웅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속되지 못한다. 그래서 공동주거·공동체 농업·소셜 스트리트·순환적 돌봄에 참여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 기반 복지(community-based welfare)로

유럽의 복지제도는 1947년 영국에서 설계된 틀에 뿌리를 둔다. 당시 사회는 ① 대부분 젊은 인구, ② 병에 걸려도 대개 급성이지 만성이 아닌 인구, ③ (불공정하지만)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핵가족 구조였다. 오늘날 사회는 그 셋 모두에서 정반대다 — 고령 인구가 더 많고, 병은 20세에 시작해 80세까지 이어지는 만성질환이 되었으며, 가족은 해체되어 병원에서 퇴원해도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경우가 다수다. 그래서 과거의 좁은 의료적 개입 방식의 복지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가 제안하는 방향은 "웰빙"을 의료적 질병 여부만이 아니라 훨씬 넓게 해석하는 것 — 그리고 그 해법에 커뮤니티를 방정식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즉 문제 해결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만의 몫이 아니라, 협회·활동적 시민·네트워크 구축까지 포함한다는 뜻. "복지(welfare)"라는 말 앞에 "커뮤니티"를 붙이는 것 자체가 이 전환을 상징한다.
노인은 문제(need)일 뿐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인식하면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자조(self-help)와 상호부조를 조직하는 것이 커뮤니티 기반 복지의 핵심이다.

Q&A (질의응답)

콤팩트 시티 정책에 대하여: "콤팩트(compact)"는 스프롤(sprawl)보다는 확실히 나은 방향이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지는 않다. 서비스 접근성, 사회적 조직의 혼합(mix)이 함께 있어야 "장소의 공동체(community of place)"가 만들어진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로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이의 물리적 관계를 오늘의 방식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돌봄이 도시 개발보다 늘 뒤로 밀리는 문제에 대하여: 성능(performance, 수직축)과 관계의 질·돌봄(quality/care, 수평축)의 두 축(T자형 모델)을 함께 봐야 한다. 근대 디자인은 오랫동안 "돌봄의 필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훈련받아왔다(세탁기가 여성의 가사노동을 줄인 것처럼) —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돌보는 능력을 점점 잃었고, 지금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버블 속에서 서로 더욱 분리되어 있다. 사례로 네덜란드(국제적으로 활동)의 방문간호 협동조합 **뷔르초흐(Buurtzorg)**를 소개 — 시술 건수가 아니라 관계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고, 슬로건은 "커피 앞에서, 돌봄 뒤에(before the coffee and after the care)" — 즉 간호가 처치를 넘어 관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성 안에서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정교한 디자인 과제다.
사회에서 자신감·주체성(agency)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가: 사회혁신이 화두가 되는 이유 자체가 "대다수는 아직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신뢰 수준은 매우 낮지만("바닥 밑"이라고 표현), 그럼에도 흥미로운 도시·사례들이 존재한다. "일본인은/이탈리아인은"과 같은 일반화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서, 어떻게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는 좋은 안경이다.

2부 — 크로스토크: 만치니의 이론과 일본의 실천을 잇다

하라구치 마사시(原口悠, 일반사단법인 OPEN) — 진행 및 이론 지도 그리기

하라구치 씨는 자신을 "디자이너는 아니다"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경력으로 발제를 열었다. 노숙인 지원, 암 환자 모임 활동을 하며 "돕는다는 감각" 자체가 없어졌고,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돌봐주는 경험을 하면서 "돕는 자/도움받는 자"라는 이분법 모델 자체가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후 노인시설·발달장애 아동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만나러 가자"는 NPO를 만들었는데 4,000명이 등록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게 아니라 왜 일본에는 이런 게 없냐"고 학자들이 말했지만, 그건 디자이너가 그 곡선을 잘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었다는 코멘트.) 이후 지역·행정·민간의 종적 칸막이(縦割り)를 넘는 활동을 이어와, 오무타미래공창센터, 시부야구를 도시 랩으로 삼는 펠로우 활동 등을 거쳐 지금의 일반사단법인 OPEN을 설립했다.
그는 만치니의 이론을 한 장으로 정리한 도표를 공유했다(懇親会 후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자료로 추정). 핵심 구조:
디자인 케이퍼빌리티 / everybody designs가 모든 것의 기반.
그 위에서 협동형 조직이 솔루션(실현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그것들이 모이면 프로젝트 중심 민주주의(project-centered democracy) —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식 — 로 이어진다는 수직축.
그 옆에 장소·근접성의 중요성.
그리고 최근 만치니의 신간에서 강조되는 행정(정부)의 역할 — "협동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권리(right)이며, 그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개념. 모두가 스스로 "마이 프로젝트"를 조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회사에 다니지만 자기 삶을 스스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고, 소위 "마이너리티"라 불리는 이들 대다수는 실은 "아이들"(사회로 나가기 이전 존재)이기도 하다 — 이들을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행정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마츠자키 료(松崎亮, 미마타초 사회복지협의회 커뮤니티디자인랩 소장)

미야자키현 미마타초(三股町, 인구 약 2만 5천 명)에서 사회복지협의회 산하 실천지원연구소 "커뮤니티디자인랩"을 운영한다. 목표: "자기 마을을 자기들이 즐겁게 만들어가는, 당사자의 주체성이 생겨나는 지역 만들기".
방법: ① 생각하는 장소(디자인), ② 보여주는 장소, ③ 만나는 장소 — 세 종류의 "장(場)"을 만드는 것.
2020년 시작해 2025년까지 200개의 "라이프 프로젝트"를 만든다, 2025년까지 인구의 10%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한다는 수치 목표를 세웠고, 지난해(작년) 이미 이 목표를 달성했다.
사례들: 폐업한 슈퍼를 활용한 "코메이킹스페이스"(할머니들이 마을회관 자원봉사에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 없다고 하여 만든 카페, 밤에는 음악회·고령자 상담·학습지원 공간으로 확장), 과소지역 쇼핑난 주민을 위해 함께 만든 상점(반찬가게), "키미코의 사랑점(연애운세)", 도구 재판매점, 기능실습생을 위한 일본어 교실, 이웃 간 가사지원 프로젝트, 문구 재활용, 100엔으로 저축하는 "환상의 식당", 쓰레기 배출장 앞의 아날로그 게시판을 "일본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시판"으로 만든 프로젝트, 매주 목요일 약 300명이 모이는 트레이닝(체력단련) 모임 등.
"마음대로 프로덕트(気ままプロダクト)": 8명의 자녀를 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가정의 어머니 사례. 행정 공무원들도 "어려운 가정"으로 규정하고 손을 놓았던 상황에서, 이 어머니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재봉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모두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자"는 열린 회의를 열었다. 그러자 폐업하는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기부받고, 빈집을 무상으로 빌리고, 지역 셀렉트숍에서 판로를 만들어주는 등 자원이 자연스럽게 모여, 가방·파우치 등을 만드는 갈리지 브랜드 "기마마 프로덕트"가 탄생했다. 어머니는 매일 작업장에 나올 수 있게 되었고 월 2~3만 엔의 수입을 얻었으며, 첫 수입으로 밀린 딸의 병원비를 냈고, 두 번째 수입으로는 태어나 처음 스타벅스에 가봤다고 한다. "타인과 연결됨으로써 자신이 원래 무엇을 좋아했는지 스스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마츠자키 씨는 강조했다. 이후 건축자재 회사가 자투리 자재를 기부해 지속가능 라인까지 확장되는 등 200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계속 성장 중.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마츠자키 씨는 자신의 방법론을 "프리콜라주(bricolage)"로 설명했다 — 각 개인·과제는 단독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다른 것과 조합되면 살아난다는 것. "이제까지 세상을 보던 방식이 사실 매우 일방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조합에서 나온다." 코디네이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만치니가 말하는 "디자이너"일 수도 있고, 그는 스스로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소셜워커)"라고 규정하며, 이런 사람들이 인프라처럼 기능하면 각자의 주체성이 살아난다고 답했다.

츠즈쿠 준야(都竹淳也, 히다시(飛騨市) 시장)

기후현청 공무원으로 오래 일하다 10년 전 고향인 히다시(기후현 최북단, 도야마현과 접경, 시 면적 792.5㎢·인구 약 2만 명, 93.5%가 산림) 시장이 되어 현재 3선째. **"인구감소 선진지"**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 "일본 전국 어디나 인구는 반드시 줄어든다. 지금 늘고 있다고 안심하는 곳은 눈이 가려져 있을 뿐이다. 30년 후 자기 마을의 미래상을 미리 보여주는 곳이라는 뜻에서, 이런 마을이 모델을 만들면 전국이 참고할 수 있다."
히다 팬클럽 / 히다스케(ひだ助け): 10년 전 시작한 전국 규모 관계인구 네트워크 "히다 팬클럽"이 현재 회원 1만 9천 명(인구 2만 명에 육박). 이 네트워크에서 "무엇이든 도우러 가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져, 마을의 곤란한 일(困りごと)을 홈페이지에 올려 매칭하는 서비스 "히다스케(飛騨助け, ひだ助け)"를 코로나 시기에 시작. 누적 약 580개 프로그램, 연인원 약 7,000명 참여, 작년 한 해만 약 1,500명이 도우러 옴. 교통비·사례금 없이, 지역 전자화폐 1,500엔 상당만 제공. "곤란한 일 자체가 지역 자원이 된다"는 실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사례: 고령자만 남은 다네쿠라(種蔵) 마을의 묘가밭을 외부인의 "마이 묘가밭"으로 되살린 사례, 축제·이벤트 인력 부족을 관계인구가 채워주는 사례.
지원하는 서포터 제도: 돌봄 인력 부족 속에서, 요양자격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업무(청소·정리 등)를 고령자 스스로 돕게 하는 "지지지원 서포터 제도"를 10년째 운영, 등록자 277명. 80대가 요양시설 청소·정리를 도우며 자신도 활력을 얻는 구조.
학교 작업치료(学校作業療法):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로, 모든 학교에 작업치료사가 들어가 아이들이 "되고 싶은 사람"을 함께 그리고 스스로 사고하도록 지원. 발달·소통이 어려운 아동 지원에서 출발해 전체로 확장. 사례: 투명 자(定規)의 반사광 때문에 눈이 어지러워 선을 못 그어 자신감을 잃고 등교거부까지 이어진 아이가, 두꺼운 불투명 자로 바꾸자 해결된 사례 — "잘 안 되면 작전을 바꾼다"는 사이클(仮説→実行→検証)을 스스로 돌리게 하는 접근. 다동성이 강한 아이를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무엇이든 빠르게 움직이는 활발한 아이"로 재해석해 심부름 등 역할을 맡기자 자신감을 얻고 오히려 차분해진 사례도 소개.
지역 매장·살롱: 마지막 보루였던 농협 슈퍼가 철수하자, 이토한바이(伊藤半端) 등과 함께 장보기 기회를 확보하는 지역 복지 살롱을 만들었고, 여기서 할머니들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요청에 이발소·주점(스낵) 등이 자생적으로 생겨남.
행정 운영 철학 — "와라시베초자 모델(わらしべ長者モデル)": "계획을 세우는 순간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신조로 계획주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종합계획 대신 "무엇을 위해, 왜 하는가"를 담은 종합정책지침만 두고, 매년 예산 편성 과정(10~12월, 시장이 직접 약 80시간을 들여 철저히 토론)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채운다. 일본 행정의 관행적 순서는 "가설→仕組み化(제도화)→실행→검증"이지만, 그가 지향하는 순서는 라쿠텐(미키타니 회장)이 말한 "가설→실행→검증→仕組み化" — 이 사이클을 계속 돌리다 잘 되는 지점에서 형태(제도)를 만든다는 것.

요시에 슌(吉江俊, 도쿄대학) — "부분에서 전체로: 우회하는 경제"

도시계획(구체적 실천, 물리적 건설)과 도시론(이론)을 함께 연구하는 요시에 교수는 일본의 도시 만들기 접근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① 도시계획(city planning) — 국가·지자체가 세금으로 주도하는 법정 건설사업, ②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 원래 도시계획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1960~70년대 시작된, 주민 주도(오늘날은 의미가 희석되어 남용됨), ③ 도시개발 — 민간기업 주도(시부야 등, 1980년대 민활 정책 이후 확대), ④ 어바니즘(アーバニズム) — 최근 등장한, 절반은 생활자·절반은 플래너인 사람들이 지역을 "편집"하는 활동(오늘 마츠자키 씨의 실천이 여기 속함). 이 넷은 세로축(전문적 디자인 vs 잠재적/사람들 각자의 디자인)과 가로축(특정 장소 중심 vs 지역 전체 중심)으로 배치할 수 있고, 1950년대부터 20년 주기로 하나씩 등장해 지금은 넷이 공존하는 복잡한 시대다.
보편성의 두 축: 도시계획은 국세조사처럼 전체를 망라(網羅)하는 보편성을 추구해왔지만, 최근에는 한 사람, 한 장소, 하나의 활동에서 출발하는 보편성(예술의 보편성과 유사)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국토교통성 수준까지 퍼지고 있다 — 도시계획은 전자에서 출발했지만 후자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는 중이라는 것.
요시자카 다카마사(吉阪隆正)의 어안도(魚眼図): 스승 요시자카가 1972년 그린,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에 놓고 그릴수록 세밀해지고 멀어질수록 추상화되는 지도. "아무리 변방이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세계의 중심이다." 도시계획을 인구 수백만 단위로 다룰 때 필연적으로 "인간"이 지워지는데,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시도.
도시 디자인의 미션 재정의: 인간의 능력(케이퍼빌리티)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오히려 그것을 끌어올리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가. 콘비비알(자립하며 서로 지지하는)한 사회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사회적·제도적 조건을 설계하는 것 — 이것이 도시 디자인이라고 재정의. 그리고 이 케이퍼빌리티는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거리(마치, まち)에도 깃들어 있다는 것이 그가 만치니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인간과 환경은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며 독립적이지 않다 — 건축에서 말하는 **지니어스 로키(genius loci, 地霊)**와 같은 개념.
웨이파인딩(wayfaring) — 팀 인골드: 정해진 목표를 향해 기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수송적, 모터보트적 사고)이 아니라, 비전은 있으되 매번 상황에 따라 길을 선택하며 그 여정 자체를 즐기는 것. 계획의 언어도 명사에서 동사로 바뀐다 — 커먼(common)이 아니라 커머닝(commoning), 오센티시티(authenticity, 지역다움)가 아니라 오센티케이션(authentication) — 오래된 것을 무비판적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무엇이 지역다운가를 계속 함께 논의하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직진하는 경제 vs 우회하는 경제: 개발 이익을 최대화하는 "직진하는 경제"(부지 안에서 팔 수 있는 바닥면적을 극대화하고, 준공 시점에 이익을 최대화한 뒤 떠나는 방식)와, 지역의 매력(공공적 삶, public life)에 먼저 투자해 최고 수익은 낮더라도 가치를 지속시키는 "우회하는 경제"를 대비. 실제 적용 사례: 시모키타자와 센로가이(下北線路街) — 오다큐 전철이 지하화로 생긴 1.7km 부지를, 주민운동(100회 이상 논의) 끝에 스키니빌딩 대신 "지원형 개발"로 전환. 체인점 대신 새로운 브랜드가 자랄 수 있게 임대료를 낮추고 노상 좌석을 허용(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임대주택형 "학교"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새 창업자가 계속 나오게 함, 공사장 가림막을 개방해 라디오체조 모임에 열쇠까지 맡김, 200명 규모 주민 원예부에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해 꿀 채취·묘목 나눔 같은 활동을 가능케 함. 다섯 가지 조건: ① 로컬에 뿌리내린 주체의 존재, ② 그 주체가 공공적 삶을 키우는 것이 자기 경제활동의 지속과 직결됨을 이해할 것, ③ 건설·부동산업 이외의 업종도 참여할 방법이 있을 것, ④ 우회하는 경제와 직진하는 경제를 그 장소에 맞게 함께 설계할 것, ⑤ 성과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믿는 "조급하지 않음(비-경제적 시간)".

대화 세션 — "디자인 케이퍼빌리티"를 둘러싼 질의응답

하라구치 씨의 진행으로 세 실천가에게 "디자인 케이퍼빌리티"라는 개념을 각자 어떻게 체감하는지 물었다.
마츠자키: 개별로는 묻혀 있던 사람·문제가 다른 것과 조합되면 각도가 바뀌며 살아난다("프리콜라주"). 코디네이터는 필요하며, 그것을 디자이너라 부르든 "디자인할 수 있는 소셜워커"라 부르든, 그런 존재가 인프라처럼 기능하면 주체성이 올라간다.
츠즈쿠: 모든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믿지 않으면 과소지역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동성이 강한 아이의 "재해석" 사례처럼, 그 사람의 강점에 주목한 조직 구성·역할 분담·역할 분담이 관건 — 행정에서도 "규칙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법령·회계 부서에 있으면 오히려 신처럼 대접받는 것처럼, 배치를 잘하면 모두가 살아난다.
요시에: 디자인 케이퍼빌리티는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환경에도 있다(레디니스의 문제). 워크숍에 잘 몰려오는 지역과 전혀 오지 않는 지역이 있는데, 이는 인구 규모·풍토·물리적 환경의 영향이 크다. 스승 요시자카가 인구 약 10만 명을 "익명성과 공동체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규모로 봤다는 일화, 인구 30만 명을 넘어서면 오히려 익명성 덕분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이는 "오프회(오프라인 모임) 문화"가 생기지만, 인구가 더 적으면 "그 사람"으로 특정되어버려 서로 돕기 어려워지고 행정 개입이 필요해진다는 관찰. 마지막으로, 디자인의 또 다른 역할은 "풍경(風景)을 만드는 것" — 새로운 활동이 눈에 보이는 형태(사물)로 표현될 때, 그것을 본 사람이 "이거 괜찮을지도"라고 여기게 되는 것도 도시 디자인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츠자키 씨는 "디자인 케이퍼빌리티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고백하며, 사람들이 소비적(消費的)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을 원인으로 짚었다 — 예전에는 스스로 정원을 가꾸며 삶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업체에 맡기고 자신은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하지 않으면 "스스로 산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이는 공공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약화시킨다는 진단이었다.
하라구치 씨는 이를 정리하며, "사람에게는 힘이 있는데 흐르지 못하고 있다. 뚜껑이 덮여 있는 게 아닐까. 뚜껑을 열면, 물길을 내면 흐르지 않을까"라는 은유로 마무리했다.

에치오 만치니의 코멘트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비판: '디자인 씽킹'이라는 말은 원래 IDEO 등 마케팅에서 나온 말이며, 그 자체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순서를 밟아 무언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매니저들에게 책임을 면제해주는 방법론으로 소비되며 "누구나 방법론만 따르면 된다"는 식으로 오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관찰과 비판을 통해 무언가를 제안하는 디자인 능력 자체의 문제다.
비전(vision)과 항해(sailing)의 비유: 목적지를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계획대로 기계적으로 나아가는 "모터보트"식 접근은 코로나·전쟁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 앞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세일링(항해)" 방식이 필요하다 —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좋은 기술과 좋은 배(역량)를 갖추되, 바람과 물결도 함께 읽으며 방향을 조정해가는 것. 10년치 정보를 모으고 나서 최적의 해법을 찾으려 하면, 그 사이 세상은 이미 변해 있다.
시점(관점)의 문제 — 자기중심성: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세계의 중심으로 본다(에고이스틱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인지의 본질이다). 배 위에 있는 사람은 그 배의, 그 순간의 관점에서만 볼 수 있다 — 이는 한계이자 동시에 디자인이 다뤄야 할 조건이다.
행정(시장)과 권력·지식의 관계: 시장(mayor)은 권력과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지혜이며, 지혜와 권력이 어떻게 관계 맺고 다뤄지는가이다. 진정한 권력은 그 힘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주는 것(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에 있다고 코멘트.

청중 질의응답

(도시에서 일하는 참가자) 시부야처럼 일과 삶이 목적지로 직행하는 도시적 생활양식에서는 "이미지(장소감)"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고민, 그리고 대비되는 사례로 후루카와 마츠리(古川祭り) 같은 전통 축제가 만들어내는 "구심력"과 동시에 그것을 준비하는 부담이 만드는 "원심력"에 대한 질문.
요시에의 답변: 시부야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에지(경계)"가 너무 많고 공사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 반면 시부야 기타(北)쪽(하치코 출구 방면)은 지형(Y자형 도로가 모이는 구조) 자체가 자연스럽게 실린더형 랜드마크 건축(109, 마루이 등)을 만들어냈다는 흥미로운 관찰을 소개, 미나미(南)쪽은 완성도가 너무 높아 사람이 개입할 여지(텍스처)가 없다고 진단. 보조 개념으로 **전략(strategy, 하향식으로 주어지는 것)과 전술(tactics, 그 안에서 개인이 분투하며 개선·창조하는 것)**을 제시 — 시부야 남쪽을 어떻게 회복시킬지가 지금의 과제.
츠즈쿠의 답변(후루카와 마츠리): 축제 마을 한복판에서 나고 자랐고, 축제와 함께 살고 싶어 시장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제 자체가 항상 즐겁지는 않다 — 실은 매우 고된 일(苦行)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축제 자체의 재미가 아니라, **"자신이 기대어 설 곳(寄る辺)을 발견하는 감각",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 손맛(手触り)"**이라고 진단했다. 마을 간 경쟁의식(내재화된 라이벌 구도)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배우고, 그 안에 깊이 발을 담그는 것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것 — 이는 반드시 축제가 아니어도, 전통 행사든 이벤트든 그런 "손맛을 얻는 계기"만 있다면 대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하라구치는 이를 책 속의 "관조 모드(監修モード)"와 "디자인 모드(デザインモード)" 개념과 연결해, 사회가 점점 디자인 모드로 옮겨가고 있지만 관조 모드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코멘트로 받았다.
(다츠비 씨, 오사카공립대학 사회학자 — 아버지의 육아·젠더 연구자) "모두가 디자이너다"라는 말에 끌려 왔지만, 실제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마이너리티(지방에서 남성을 앞세우느라 뒤로 물러나는 여성, 직장에서 소수자가 되는 육아 참여 아버지 등)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힘 관계(power dynamics)를 누군가가 조정하지 않으면 곤란함을 목소리 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
마츠자키의 답변: 마이너리티/머조리티 여부는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그 순간 놓인 장(場)의 성질에 따라 상대적이다 — 등교거부 아동이 학교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만 축구를 잘하는 장에서는 자기주도성(셀프어드밴싱)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장"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본다.
하라구치의 답변: 마이너리티/머조리티 구도 자체가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게 만든다고 본다 — 빈곤도, 장애도, 진단받은 발달장애도 아니지만 삶의 어려움(生きづらさ)을 가진 사람은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르다"는 구분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쓰며, 정작 자신이 힘들다고 말하는 통로는 스스로 막아버린다. 디자인 셀프-케이퍼빌리티가 빼앗기는 것은 마이너리티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 잘나가는 사람도 동일하게 겪을 수 있는 문제이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있는 고통에 계속 눈을 뜨고 더 많은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답했다(스스로 "이건 그냥 소감"이라고 덧붙임).
만치니의 코멘트: 이 질문은 사회혁신과 민주주의의 관계라는 큰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협동(collaborate)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가난하거나 자원이 없는 사람은 바로 그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서 배제된다는 긴장(tension)이 있다 — "내일 아침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무슨 소용인가"라는 현실적 반론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믿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시간을 되찾는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보텀업(bottom-up)"만 말해온 것에서 이제는 보텀업과 톱다운의 결합으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다고 짚으며, 정부의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협력할 수 있는 동등한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 — 예컨대 모든 학교, 모든 병원이 "사회적 센터(social center)"가 되어야 한다는 최근 저서(이탈리아어로만 출간, "퍼블릭 콜라보라티브")의 주장을 소개. 톱다운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코디네이션과 협력을 위한 공공의 역할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마무리

하라구치 마사시가 전체를 마무리하며, 오늘 논의를 교육·돌봄·복지·마을만들기 같은 분야별 접근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힘이 잠재해 있고, 계기·기회·조건이 갖춰지면 생생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분야 횡단적(縦割りではなく横割り) 인간관으로 요약했다. "사람을 믿는다, 사람의 힘을 믿는다"는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이 문제의식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일반사단법인 OPEN을 설립했다고 소개하며 향후 네트워크 확장을 예고했다.
사회자가 오늘 논의(디자인 케이퍼빌리티, 만치니의 이론)의 실천적 함의를 앞으로도 계속 탐구해가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전했고, 다나카 유미노 씨의 그래픽 레코딩이 전시되었음을 안내(퇴장 시 또는 懇親会 중 관람 가능)한 뒤, 懇親会로 이어졌다(현장 참가 미신청자도 접수처에서 회비를 내면 참가 가능하도록 안내).

핵심 개념 메모 (용어집)

디자인 케이퍼빌리티(design capability) / everybody designs: 모든 인간이 근대화 이후 스스로 삶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 설계 능력(비판적 감각+상상력+실용적 감각) 자체를 가리키는 만치니의 핵심 개념. 전문 디자이너의 직능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역량.
우즈우즈(うずうず): 뚜렷한 의도·동기 없이도 "하고 싶어 안달나는" 마음의 상태. 오무타에서 사회혁신 에너지를 표현할 때 쓰는 말.
협동·근접성·돌봄(collaboration · proximity · care): 만치니가 20년간의 사회혁신 사례에서 추출한 세 키워드. 오늘날 주류 흐름(개인화·비대면화·비돌봄)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에 "혁명적"이라고 표현.
관계재(relational goods): 협동의 부산물로 생기는 상호 신뢰. 사회 위기의 본질을 "신뢰의 위기"로 보는 관점과 연결.
마이크로 인프라스트럭처 / 거시 인프라스트럭처: 협동적 실천을 가능케 하는 미시적(물리적·제도적) 조건과, 그것을 거스르는 개인주의화 방향의 거대한 사회구조.
커뮤니티 기반 복지(community-based welfare): 1947년형(청년·급성질환·핵가족 전제) 복지 모델의 한계를 넘어, 웰빙을 넓게 해석하고 지역사회·자조·상호부조를 복지의 방정식에 포함시키는 접근.
뷔르초흐(Buurtzorg): 네덜란드의 방문간호 협동조합. "before the coffee and after the care" — 효율이 아니라 관계에 시간을 쓸 수 있게 설계된 조직 사례.
프리콜라주(bricolage): 마츠자키가 자신의 실천 방법론을 설명한 개념. 개별로는 부족해 보이는 사람·자원이 조합을 통해 살아난다는 것.
와라시베초자 모델(わらしべ長者モデル): 히다시장 츠즈쿠가 자신의 행정 철학을 표현한 말. 계획주의 대신 가설→실행→검증→제도화의 순환을 반복하며 우연한 기회를 자산으로 삼는 접근.
지니어스 로키(地霊, genius loci): 장소에 깃든 정령이라는 건축 개념. 계획 주체가 인간(디자이너)만이 아니라 장소 자체일 수도 있다는 은유로 요시에가 소개.
웨이파인딩(wayfaring, 팀 인골드): 목표를 향해 기계적으로 나아가는 대신, 방향은 있되 매번 상황에 맞게 길을 선택하며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계획 방식.
커머닝(commoning) / 오센티케이션(authentication): 계획 언어가 명사(고정된 상태)에서 동사(계속되는 과정)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두 사례.
직진하는 경제 / 우회하는 경제: 개발이익 극대화(직진) vs 지역의 공공적 삶에 먼저 투자해 가치를 지속시키는 방식(우회). 시모키타자와 센로가이가 대표 사례.
전략(strategy) / 전술(tactics): 하향식으로 주어지는 큰 그림과, 그 안에서 개인이 분투하며 만들어내는 미시적 창조.
모터보트 vs 세일링(항해): 예측 가능한 목표를 향한 기계적 실행(모터보트) vs 바람과 물결을 읽으며 방향을 조정하는 유연한 실행(세일링). 만치니가 코로나·전쟁 같은 불확실성 앞에서 계획주의의 한계를 설명할 때 쓴 비유.
퍼블릭 콜라보라티브(public collaborative) / 협동할 권리: 만치니의 최근 저작(이탈리아어)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추정 — 협동은 개인의 선택이기 이전에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며, 학교·병원 등 공공기관이 "사회적 센터"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