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개요
•
주최: 대한치매케어학회 (치매케어 아카데미)
•
일시: 2026.9.11(금) 14:00–17:00
•
발표 순서: 이혜주 (14:10) → 이우섭 (15:00) → 서정주 (16:00, "경험전문가 — 치매인을 경험전문가로 세우는 실천")
•
오프닝: 사회자 인사 및 참가자 자기소개 → 학회장 환영사(세 발표자 소개)로 시작
1. 이혜주 — "함께 돌봄을 이루는 4가지 이야기"
레비나스(타자와의 윤리적 마주함), 아렌트(공적 영역에서 함께 나타남), 트론토(돌봄윤리)라는 세 철학자의 개념을 이론적 뼈대로 삼아, 자신의 현장 경험을 "나와 어르신 / 나와 보호자 / 나와 협력기관 / 나 자신"이라는 네 개의 관계 축으로 풀어낸 발표였다. 각 축마다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론과 실천을 오가는 구성이었다.
나와 어르신
돌봄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두 가지 실제 사례로 전달했다.
•
배회(BPSD) 증상이 있는 어르신 사례: 치매의 행동심리증상(BPSD) 중 하나인 배회 행동을 보이는 어르신을 돌보며 겪은 경험을 통해, 매뉴얼만으로는 대응이 안 되는 현장의 예측 불가능성과 그 안에서 관계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함.
•
대소변 실금이 있었던 어려운 인테이크 사례: 초기 상담(인테이크) 단계에서부터 대소변 실금 등으로 돌봄 난이도가 높았던 어르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가 겪는 딜레마(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존엄을 지키며 도울 것인가)를 다룸.
나와 보호자
매주 진행하는 "예배" 형식의 정기 모임을 소개하며, 종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보호자들과 정서적 유대와 신뢰를 쌓아온 과정을 설명함.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상담을 넘어, 정기적으로 함께 모이는 의례 자체가 보호자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장치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
나와 협력기관
지역사회·기업·공공기관과의 협력 경험을 여러 사례로 제시함.
•
독일 장애인 작업장 견학: 독일의 장애인 작업장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해외 사례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국내 현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설명.
•
기업 후원·기부 연계 사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후원·기부를 이끌어낸 구체적 경험을 공유하며, 민간 자원을 돌봄 현장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제시.
•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과 함께하는 사례회의: 공단 직원과 현장 실무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례회의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는 관행을 소개, 공공기관과 현장 사이의 협업 모델로 제시.
•
"마실각/마실가게" 프로그램: 어르신들이 마실 다니듯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프로그램으로, 지역 안에 돌봄의 접점을 늘리는 시도로 소개됨.
나 자신
"네모난 바퀴의 자전거" 비유를 통해, 매뉴얼과 관료제 중심으로 경직된 돌봄 방식이 오히려 굴러가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지적함. 이어서 돌봄종사자 자신의 자기돌봄과 번아웃 문제를 함께 짚으며, 타인을 돌보는 사람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 때 발생하는 소진의 문제를 발표의 마지막 축으로 삼음.
2. 이우섭 — "넛지"
교회 공동체를 치매 돌봄의 인프라로 활용하는 실천을 소개한 발표. 종교 시설과 신앙 공동체가 이미 갖고 있는 정기적 모임, 신뢰 관계, 자원봉사 인력을 치매 돌봄 자원으로 "넛지"하듯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접근을 다룸.
시니어 에센스 워크북 (3부작)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워크북 커리큘럼을 3부작으로 구성해 소개함. 인지·정서·관계의 영역을 단계적으로 다루는 교재로, 교회 공동체 내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
인스타그램 "실버센류"
어르신들이 직접 짓는 센류(일본의 짧은 정형시 형식을 빌린 짧은 시) 콘텐츠를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재하는 프로젝트.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짧고 위트 있는 문학적 형식으로 담아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
"내일 또 만나요" 편지 프로젝트
어르신들 사이에서, 혹은 어르신과 봉사자 사이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프로젝트. "내일 또 만나요"라는 제목처럼 관계의 지속성과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정서적 연결을 만드는 시도.
자조모임과 팟캐스트 "치매친구 망고땡"
치매 당사자·가족을 위한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한편, 팟캐스트 "치매친구 망고땡"을 통해 자조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와 정보를 더 넓은 대중에게 전달함. 자조모임(오프라인 관계망)과 팟캐스트(온라인 콘텐츠)를 연결한 이중 구조가 특징.
어린이 그림책 "기억 엘리베이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기억 엘리베이터"를 제작해, 치매를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세대 간 이해를 넓히려는 시도를 소개함.
3. 서정주 — "경험전문가: 치매인을 경험전문가로 세우는 실천"
발표자: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사이임팩트 대표 /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돌봄전환PD
목차
1.
왜 지금 경험전문가인가
2.
경험지식과 전문지식, 그리고 공동생산
3.
현장의 이야기
4.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도입 — "2등 시민"
현장 당사자들의 반복되는 말로 문을 열었다: "서비스는 늘었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도움을 받는데도 외롭다."
•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면, 이 사회에서 우리는 **'2등 시민'**이 된다.
•
기존 돌봄정책은 그 2등 시민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
"당신이나 나나 1등 시민이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 260420 돌봄전환 좌담회, 송위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
1부. 왜 지금 경험전문가인가
'For'에서 'With'로의 전환
치매정책의 관점이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For)"에서 "당사자와 함께 무엇을 만들 것인가(With)"로 바뀌고 있다.
FOR – 기존 관점 | WITH – 전환된 관점 | |
관점 | 치료가 필요한 환자 | 지역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 |
역할 | 서비스 수혜자 | 경험전문가·정책 공동설계자 |
참여 시점 | 정책 시행 이후 의견 수렴 대상 | 정책·서비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 |
이미 제도 안에서 실현되고 있는 흐름 — 일본 인지증기본법(2024),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치매 워킹그룹(SDWG·IDWG), 디멘시아 얼라이언스 인터내셔널(DAI).
경험전문가(Lived Experience Expert)란?
특정 질환이나 돌봄 상황을 직접 살아온 경험을 체계화하여, 정책·연구·서비스 설계에 지식 생산자이자 공동설계자로 참여하는 당사자.
•
3가지 속성: ①경험의 체계화(개인 경험을 기록·분석해 전달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 ②인식론적 위치 자각(자신의 경험이 전문가 지식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는 인식) ③제도적 발화(정책·연구·서비스 설계의 공식 장에서 의견 개진)
•
3가지 역할: ①지식 생산자(일상 경험·제도 공백 체계화) ②공동 설계자(서비스 설계에 동등 파트너로) ③동료 지원자(피어서포트로 경험지식 순환)
•
원칙: "Nothing About Us Without Us" — 장애인권운동에서 출발해 치매·돌봄 정책 영역으로 확장.
해외사례 · 일본 — 당사자 워킹그룹에서 지역사회 실행까지
①JDWG(인지증 본인 워킹그룹): 진단 이후의 삶·필요한 지원·편견 경험을 당사자가 직접 언어화 → ②인지증기본법(2024년 시행): 당사자 제안이 국회·행정부에 반영, 지자체 실행계획 수립 의무화 → ③지자체·민간 실행: 금융·유통·교통까지 포함한 지역 단위 '인지증 프렌들리' 조성.
야마나카 시노부 — "때를 함께 보낸다는 것"
JDWG 이사이자 치매 당사자인 야마나카 시노부는 스스로 주간보호시설을 설립·운영한다. 관리받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사회·기업과 협업하며 동료 시민이 고립되지 않도록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치매정책추진대강에서 당사자·가족의 관점을 정책 설계에 통합한다는 철학을 공식화하고, 당사자를 '인지증 희망대사(Dementia Hope Ambassadors)'로 임명해 국제회의 등에서 직접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게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Ishihara et al., 2024).
기업도 당사자와 함께 만든다 — 후쿠오카 오렌지파트너스(Orange Partners)
당사자를 제품·서비스의 공동개발자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 당사자가 아이디어를 자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개발 과정 그 자체에 당사자가 참여자로 들어가 있는 구조다. 경험전문가는 정책만이 아니라 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사례 · 유럽·미국 — 당사자 조직이 정책 파트너가 되다
①스코틀랜드·아일랜드 치매 워킹그룹(SDWG·IDWG): 당사자 조직이 국가 전략 수립·법 개선·인식 개선 캠페인에 목소리를 직접 반영. ②DAI(디멘시아 얼라이언스 인터내셔널): 치매 진단 당사자만 가입 가능한 국제조직, 정부·국제기구와 서비스 기준·연구 과제 협의. ③미국 NAPA(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GUIDE(치매경험개선모델): 치료 중심에서 뇌 건강 증진으로 전환, GUIDE 프로그램에서 당사자가 목표·계획을 정의. 공통 흐름은 당사자 조직이 국가 전략에 직접 참여 → 국제 연대가 정부·기구와 협상 → 서비스 설계 초기 단계부터 당사자가 참여자로 포함되는 것.
2부. 경험지식과 전문지식, 그리고 공동생산
두 종류의 앎
전문가는 '지식'을, 당사자는 '경험'을 가진다. 환자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터득한 '경험전문가'로 정의.
전문지식이란 무엇인가 (Eyal, 2013)
전문가(expert)와 전문성(expertise)은 다르다. 전문가는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이지만, 전문성은 사람·도구·기록장치·제도가 서로 얽혀 과업을 수행해내는 네트워크다. 전문성의 본질은 자격증이 아니라 "과업을 실제로 더 잘, 더 빠르게 완수하는 능력"에 있다. expertise의 어원은 라틴어 experiri("시도하다, 경험하다")로, 전문성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 경험과 멀지 않다. 그렇다면 '경험'도 특정 조건에서 전문성이 될 수 있을까 — 라는 질문으로 이어짐.
경험지식이란 무엇인가 (Pols, 2014)
"환자 지식(patient knowledge)"이란 질병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매일의 실천 속에서 만들어지는 '실천적 앎(practical knowing in action)'이다. 여러 기술·가치·자료를 그때그때 조율하고 번역하는 "정리되지 않은(messy)" 지식이지만,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식이 아닌 것은 아니다 —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서가 아니라 매 순간의 판단과 조정으로 이루어진 지식이라는 뜻이다.
•
구체적 예시: 약 먹는 시간을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스스로 조정하는 감각 / 낯선 공간에서 유독 불안해지는 패턴을 미리 알아채는 감각 / 어떤 말투로 다가가야 편안해하는지 아는 감각.
•
이런 앎은 의료·복지 매뉴얼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사자와 가족의 일상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경험지식의 두 근거
•
기여적 전문성(contributory expertise) — Collins & Evans(2002):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그 분야의 지식 생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실재하는 능력. 말로 다 설명되지는 않지만 몸에 새겨진 암묵지(tacit knowledge)로 구성된다 — 자전거를 탈 줄 아는 것을 말로 완벽히 설명할 수 없어도 실제 능력은 분명히 존재하듯이.
•
인식적 특권(epistemic privilege) — Carel & Kidd(2014): 아파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아픈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식적 이점. 질병 경험은 당사자에게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관찰의 위치를 부여한다.
•
→ 경험지식은 전문지식의 '부족한 버전'이나 '대체재'가 아니라 성격 자체가 다른 지식이다. 그래서 전문지식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이 놓치는 자리를 채운다.
그런데, 경험이 저절로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 (Pols, 2014)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자'는 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험을 지나치게 낭만화하면 오히려 검토·반박이 불가능한 "성역"이 되어버려 진짜 지식으로서의 지위를 잃는다(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정책 논의의 근거로 쓰이기 어렵다). 경험이 지식이 되려면 기록되고, 표현되고, 다른 사람이 검토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 공동생산(co-production)인가 (Boyle & Harris, 2009, 「공동생산의 과제」, NESTA-nef)
공급자 중심 서비스의 함정: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현장 전문가와 이용자 사이, 이용자와 이웃 사이의 관계가 제거되면 오히려 혁신·유연성·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비용은 늘어난다(효율을 추구할수록 비효율해지는 역설). 공동생산은 전문가와 이용자가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온 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서비스의 설계와 전달을 함께 나눌 때 서비스는 더 넓고 단단해진다 → 공동생산은 단지 "당사자를 배려하자"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서비스가 실제로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한국의 현장은"이 관계성 기반의 돌봄을 설명할 언어가 우리에게 없었다." 건강 리더 사업의 성과가 실제로는 '관계' 속에서 나왔는데, 행정가들은 혈압 수치라는 정량 지표로만 그 성과를 이해했다. 결국 "지역주민 매주 가서 혈압 재면 되는구나"로 축소되어 다른 사업에서 그대로 모방됨 — 정작 효과를 만든 '관계'는 복제되지 못한 채. (260420 돌봄전환 좌담회, 이선주 ·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의 가치를 어떻게 언어화하고 제도 안에 담을 것인가.
공동생산의 스펙트럼 (Brandsen & Pestoff, 2006)
참여에도 깊이가 있다: 공동생산(co-production, 개인이 서비스 생산에 직접 참여) → 공동관리(co-management, 조직 간 협력으로 서비스를 함께 운영) → 공동거버넌스(co-governance, 정책 형성 단계부터 함께 결정).
균열이 깨뜨리는 것: 환자 수행(doing patient)
'환자 수행(doing patient)'은 전준(2021)의 상징폭력 개념에 근거한 개념으로, 당사자가 전문가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발언권을 미리 유보해버리는, 몸에 밴 행동양식을 가리킨다.
•
"제가 뭘 알겠어요, 선생님이 더 잘 아시죠."
•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죠."
•
개인의 소심함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의료·복지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형성된 '습관화된 순응' — 전문가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 개념과 연결).
•
균열이란, 바로 이 굳어진 수행에 처음 금이 가는 순간이다. "제가 뭘 알겠어요"에서 "저도 아는 게 있어요"로.
•
(발표 중 서정주는 이 '환자 수행'이 자신이 논문 작업 과정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며, 아직 별도로 학술 발표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언급함.)
경험전문가화 — 균열/조립/수행 3단계 프레임
•
균열(Rupture): '환자 수행'에 처음 금이 가는 순간. 침묵하던 당사자가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참고 있던 것에 처음 금이 가는 것.
•
조립(Assembly): 그 경험이 기록·관계·매체(사진, 일지, 창작, 데이터 등)와 결합해 다른 사람이 공유하고 검토할 수 있는 지식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과정.
•
수행(Performance): 조립된 지식이 실제 상황에서 쓰이고, 전문가와 동료로부터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것. 타인이 강요한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조립한 지식을 실전에서 능동적으로 발휘하는 것.
3부. 현장의 이야기 — 세 사례
1.
성미산마을돌봄리빙랩 — 균열은 냈지만, 멈춘 이야기
2.
냉장고 안 리모컨 — 균열과 조립, 그 다음까지 간 이야기
3.
부천치매돌봄리빙랩 — 지금, 마지막 다리를 놓고 있는 이야기
① 성미산마을돌봄리빙랩 — "마을에 의자를 놔주랑께"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에 쉴 공간이 없다는 불편을 겪었지만, 오랫동안 각자의 문제로만 흩어져 있었다. 전환의 계기는 두 가지: ①'선배시민' 강의 — 스스로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재인식, ②커뮤니티 매핑 앱 제작을 위한 마을 답사 — 문제를 구체적으로 확인. 2023.6.20, 선배시민 10명이 플래시몹을 열어 망원동·성산동에서 손팻말을 들고 쉼터가 필요한 자리에 섰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의 문제였다"*는 목소리는 정책 제안서로 정리되어 마포구청에 전달되었으나, 의자는 결국 설치되지 않았다. → 균열은 냈지만,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함.
② 냉장고 안 리모컨 — 치매 경험전문가 × 창작자, 5개월의 공동창작
드로잉·조형물·글·영상으로 이루어진 다섯 편의 공동작품. 한 짝(창작자 조은선-당사자 김순길)의 대화 비율은 초기 창작자 90% : 당사자 10%였으나, 5개월 후에는 역전되었다 —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해석하는 주도적 역할로 이동한 과정이다. 파편화된 기억과 감각이 그림책·드로잉이라는 매체를 거치며 다른 사람과 공유 가능한 형태로 "조립"되어 간 구체적 증거다.
•
"치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경험전문가로부터 제가 더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다." — 창작자 이창희
•
2025.9.15~19 노원구청 전시, 마지막 날 180명 참석 토크쇼.
•
균열: 뚜렷 — 대화 주도권이 역전되어 당사자가 자기 해석의 주체로 이동. 조립: 진전 — 그림책·드로잉·조형물 등 매체로 경험이 공유 가능한 형태로 축적. 수행: 확인됨 — 전문가(창작자) 스스로 당사자 지식을 대등한 전문성으로 인정.
•
경험지식이 전문가에게도 '대등한 전문성'으로 인정받은 순간. 다만 이 사례 역시 아직 정책·제도와는 연결되지 않음.
•
부가: 참여 창작자 이인현이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호경」을 집필, 알라딘 북펀드로 크라우드펀딩 중(펀딩 마감 2026.9.7). "내가 바라는 건 이 글을 읽는 독자, 내가 아직 상상할 수조차 없는 당신이, 당신만의 '호경'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③ 부천 치매돌봄 리빙랩 — 2025.4 ~ 2026년 현재
•
2025.4.23 업무협약 체결
•
2025.9.12 부천시민 100인 리빙랩: 어르신 50명·부천대 학생 50명이 함께 그린 치매친화도시 부천
•
2026.3 장애인 동료상담 제도 스터디
•
2026.4 경험전문가 공감인터뷰: 경도인지장애 당사자 12명 인터뷰 — "우리는 듣기만 한다", "해봤어야 알지"
•
2026.5 2026년 사업기획회의
•
"어려운 게 뭐예요?" 대신 "언제 가장 기뻤어요?" / "오늘 제가 여기서 더 커진 것 같아요."
•
디카페 → 인지마루 프로그램의 3년 확산: 2023년 5개 지역·848명 → 2024년 7개 지역·1,842명 → 2025년 11개 지역·1,474명 → 2026년 14개 지역·인지마루로 전환.
•
부천은 이미 경험을 지식으로 인정하고,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되찾는 실험을 진행 중. 10월 파일럿 예정.
경험지식의 제도적 번역 경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으로 안착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필요하다: ①매개조직(당사자의 경험을 정책 언어로 옮겨줄 조직) ②정책 수용 창구(그 제안을 공식적으로 접수·검토할 통로) ③응답 구조 체계(반영/미반영 결과를 실제로 회신하는 체계). 성미산마을은 이 경로가 없어 멈췄고, 부천은 지금 이 마지막 다리를 놓아가는 중이다.
4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질문 하나를 바꾸는 것부터: "어려운 게 뭐예요?" → "언제 가장 기뻤어요?" — 경험지식은 질문을 다르게 던지는 순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
치매인을 관리와 돌봄의 대상에서, 함께 삶을 설계하는 동료로.
•
경험전문가의 창작·정책 역량을 키우는 중간지원 프로그램 (냉장고 안 리모컨 방식).
•
치매안심센터·현장 기관을 연계한 당사자 간 피어서포트 체계 (일본의 피어서포트 모델 참고).
참고문헌 (발표 슬라이드 수록분)
•
서정주 (2026). 돌봄 이슈 리포트 1호: 당사자를 경험전문가로 세우는 돌봄정책 전환 방향.
•
사이임팩트·서정주 (2026.6.24). 「돌봄전환과 인지마루」, 제12회 치매생태계세미나.
•
서정주 (2026.7.22). 「리빙랩으로 만드는 치매친화사회」, 2026 부천 치매돌봄 리빙랩 토론회.
•
사이임팩트·한국에자이 (2026.4.20). 돌봄전환 좌담회: 돌봄리빙랩 10년의 현장을 말하다.
•
이인현 (2026.2.10). 때를 함께 보낸다는 것. 브런치.
•
전준 (2021). 민주적인 과학기술과 상징폭력: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론적 구성. 『과학기술학연구』.
•
조해진 (2025a, 2025b). 메디파나뉴스.
•
김남기 (2022, 2023). 이모작뉴스.
•
Boyle, D., & Harris, M. (2009). The Challenge of Co-production. NESTA-nef.
•
Brandsen, T., & Pestoff, V. (2006). Co-production, the third sector and the delivery of public services. Public Management Review.
•
Bourdieu, P. (1990). The Logic of Practice. (아비투스 개념)
•
Carel, H., & Kidd, I. J. (2014). Epistemic injustice in healthcare. Medicine, Health Care and Philosophy.
•
Collins, H. M., & Evans, R. (2002). The Third Wave of Science Studies. Social Studies of Science.
•
CQC (2017). Experts by Experience Programme.
•
Dementia Alliance International (2021). Moving Dementia out of the Shadows.
•
Eyal, G. (2013). For a Sociology of Expertis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
Ishihara et al. (2024). A policy overview of Japan's progress on dementia care. Global Health & Medicine.
•
Pols, J. (2014). Knowing Patients: Turning Patient Knowledge into Science.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