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기반 리빙랩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경도인지장애(MCI) 당사자들과 공감하는 현장 활동을 다녀왔다. 치매안심센터에서 MCI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담당 선생님께 물었다. "어르신들끼리 서로 교류하실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친해지세요, 하고 만들어드리지는 않아요. 학교에서도 그렇잖아요, 선생님이 있고 그냥 같이 수업을 듣는 거지." 왜 그러시냐고 되물으니 답이 이어졌다. "그러다 꼭 무슨 사고가 생기더라고요."
안전을 위해 당사자들 간의 교류를 의도적으로 차단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질문과 답을 들으며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건 '안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전제였다. 당사자를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존재로만 보면, 그들 사이의 관계도 지식의 교환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만 보인다. 핀센과 포르모사(Findsen & Formosa, 2011)의 논의를 빌리면, 이 장면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이들은 노인 평생교육에 네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가 주체가 되는 '학습'으로. 교육이 제도가 수직적으로 내려주는 '제공'이라면, 학습은 학습자 스스로가 삶 전반에서 일으키는 '혁명'이다.
둘째, 노화를 상실로 보고 그 결핍을 보충하려는 생의학적 관점에서, 노년기를 지속적 성장과 사회적 기여의 시기로 보는 관점으로. '경험전문가'는 바로 이 성장 모델의 정점에 있는 존재다.
셋째, 행복한 노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불평등에 도전하는 비판적 시민을 길러내는 비판적 노년교육학으로. 학습자가 자신이 놓인 억압적 상황을 스스로 깨닫고 목소리를 내는 의식화(praxis)의 과정이 중요해진다.
넷째, 기관 안에서만 일어나는 형식 교육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 같은 삶의 모든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습으로. 세대 간 학습을 통해 지혜를 나누는 것이 특히 강조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그 학생의 질문이 오히려 더 날카로웠던 셈이다. 당사자들끼리 친해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들이 만나 나누는 대화, 서로에게 건네는 조언, 함께 겪는 시행착오 - 이것이야말로 삶 속의 학습이고, 세대와 경험을 넘나드는 지혜의 교환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자리를 '위험'이라는 이름으로 지워버리고 있다.
역량강화(empowerment)는 '활력화'로도 번역된다. 이미 각자가 지니고 있는 힘과 역량을 끌어내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돕는다는 뜻이다. 학습 역시 지식을 일방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학습공동체 안에서 의미를 함께 협상하며 '되어가는(becoming)'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인지강화'라고 부르는 프로그램도 다시 물어야 한다. 단순히 뇌를 자극하는 기능적 훈련을 넘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하고 있는가.
장애·노년학에서는 이를 '위험을 감수할 권리(dignity of risk)'라고 부른다. 과보호는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가 "이건 위험하니 막는다"고 정하는 것과, 당사자들이 "우리끼리 이렇게 하면 안전하겠다"고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해외에서는 먼저 진단받은 당사자가 새로 진단받은 이를 지지하는 피어서포트 모델을 운영하며, 그 구조를 당사자들이 함께 설계했다.
당사자를 관리 대상에서 학습과 성장의 주체로 다시 세운다면, 안전은 차단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규칙에서 나올 수 있다.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게 함께 설계하는 것, 그것이 트론토가 말한 돌봄의 마지막 단계인 '연대(caring with)'이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의 다음 단계다.

